by김태현 기자
2013.12.03 14:37:14
러시아 부호들, 조세회피 목적 비트코인에 관심
암호해독해 직접 채굴·거래소에서 환전..가치↑
독일 등 법률 정비나서..일부 국가는 거래금지도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비트코인(Bitcoin)’이 화폐로 주목받게 된 건 올해 키프로스 금융 위기 때부터다. 러시아 부호들의 주요 조세 피난처였던 키프로스가 금융위기로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EU는 그 대가로 최대 40%에 달하는 세금을 내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새로운 조세 피난처로 비트코인이 부각됐다.
비트코인은 키프로스 금융위기 발생 이전인 지난 2월까지 40달러(약 4만원)선에서 거래됐지만 두 달 만에 가치가 2배 이상 뛰어올랐다. 비트코인이 인터넷에서만 이용되는 가상 화폐에서 달러 등 전통 화폐와 어깨를 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프로그래머에 의해 지난 2009년 개발됐다. 사토시는 자신을 일본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남성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통화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국의 계략이라는 설(說) 등 여러 소문이 나돌고 있다.
비트코인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자화폐(사이버머니)’와는 다른 개념이다. 전자화폐가 달러화나 유로화 같은 전통적 화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비트코인은 직접 고안한 새로운 화폐다.
전자화폐를 거래하려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통해 환산해야 하지만 비트코인은 인터넷상에서 일대일로 접속해 거래하는 ‘P2P(Peer To Peer)’ 방식을 이용한다. 비트코인은 아직까지 거래를 규제하는 금융기관이 없기 때문에 규모나 방식에서 전자화폐보다 유연하다.
비트코인은 직접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인터넷 상에 퍼져있는 암호화 블록을 해독하면 일정한 비트코인을 획득할 수 있다. 비트코인 사용자들은 이를 ‘채굴(mining)’이라고 한다.
채굴 초기에는 개인 컴퓨터를 사용해 채굴할 수 있었지만 최근 비트코인 전용 채굴기를 이용해 여러 사람들이 협력해 채굴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늘어나 암호화 블록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주로 전용 거래소를 이용해 거래된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 ‘코빗(Korbit)’이라는 이름으로 비트코인 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사람들은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원화 등 전통화폐로 환전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거래소 게시판이나 비트코인 전용 쇼핑몰을 통해 실물 화폐처럼 직접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게시판에 물건을 올리면 구매자가 비트코인으로 지불하는 형태다.
비트코인 가치가 크게 높아지면서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들도 자동차에서 미국 뉴욕 시내 고급주택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스펜드비트코인(spendbitcoins.com)’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비트코인 사용처가 업데이트 된다.
올해 11월 중순 500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은 현재 1비트코인당 1200달러를 넘어서는 등 폭등하고 있다. 전체 통화량이 빠르게 줄고 있어 가치는 앞으로 더 폭등할 전망이다.
비트코인은 달러화나 엔화 같은 전통화폐와는 달리 전체 통화량이 정해져 있다. 각 나라 중앙은행들은 환율이나 물가 조절을 위해 통화량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의 총 통화량은 2100만 비트코인으로 실제 돈으로 환산하면 252억달러다. 올해 8월까지 약 1200만 비트코인이 채굴돼 남아있는 비트코인은 약 800만 비트코인 정도다.
이처럼 비트코인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나선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며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지난 8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한편 비트코인을 통한 거래와 이에 따른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반면 태국은 자본 유출입 통제의 어려움을 이유로 비트코인 거래를 전면 금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 입장이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일 비트코인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