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임상 선두" …한독, 미래 성장동력 담도암·성장호르몬제 힘 준다
by신민준 기자
2023.06.01 12:26:19
韓기업 중 담도암 2차·지속형 성장 호르몬 치료제 임상 가장 빨라
'70년 뚝심'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활용…주 1회 투여 등 제품 차별화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한독(002390)이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항암 치료제와 성장 호르몬 치료제를 개발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독은 1954년 설립 이후 70년간 꾸준히 성과를 내온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활용해 제품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한독이 개발 중인 담도암 2차 치료제와 지속형 성장 호르몬 치료제는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에서 임상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담도암 2차 치료제 ‘HDB001A’와 지속형 성장호르몬 치료제 ‘HL2356’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HDB001A’는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개발하고 있다. ‘HD-B001A’는 국내에서 임상 2상을 완료한 뒤 한독의 협력사인 미국 바이오벤처 콤패스테라퓨틱스와 함께 글로벌 2/3상을 진행 중이다. ‘HDB001A’의 글로벌 임상 2/3상은 한국과 해외 20여 개 기관에서 진행된다. 파클리탁셀 단독 요법 대비 HDB001A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에 대한 무작위배정, 대조 방식이다.
대상은 이전에 1회의 전신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전이성 또는 재발성 담도암 성인 환자다. 이를 통해 한독은 국내 임상 2상에 이어 더 많은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HDB001A’의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한독은 연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3)에서 담도암 환자 대상 ‘HDB001A’의 국내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HDB001A’와 파클리탁셀을 병용투여한 환자 대상 1차 치료 시 객관적 반응률(ORR, 전체 환자 중 객관적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은 37.5%로 나타났다. 2차 치료 시 객관적 반응률은 63.6%로 확인됐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담도암의 경우 화학항암제 병용 요법을 1차적으로 고려한다. 화학항암제 병용 요법은 약 10년 넘게 사용되면서 표준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이 표준요법의 객관적 반응률은 18.7%에 그친다. 아직 글로벌하게 표준화된 담도암 2차 치료제는 없다. 2차 치료제는 일반 항암제 폴폭스를 대개 처방받고 있다.
한독 관계자는 “자사가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국내 임상 2상 결과는 우수한 데이터로 연구자들과 환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모았다”며 “다른 국내 경쟁기업들은 담도암 2차 치료제와 관련해 아직 임상 초기 단계다. 글로벌 빅마파들은 개발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제약사로서 아직 치료제가 없는 담도암 2차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담도암의 5년 생존율은 28%였다. 담도암의 5년 생존율은 췌장암(13.9%) 다음으로 낮았다. 담도암은 전체 환자 중 10%만이 외과적 절제가 가능한 초기 단계에 발견되며 대다수는 국소적으로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돼 치료법이 제한적으로 알려졌다.
한독은 에이비엘바이오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HDB001A’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콤패스테라퓨틱스가 ‘HDB001A’의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독의 경쟁기업들은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는 담도암 2차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한독은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담도암은 미국에서 매년 5만명, 유럽과 일본에서 매년 21만명의 환자가 발병하고 있다. 담도암은 국내에서 2019년 기준 730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담도암 글로벌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11억6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로 추산된다. 한독은 ‘HDB001A’의 기술 수출보다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독은 지속형 성장호르몬 치료제 ‘HL2356’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완료하고 미국 임상 3상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독은 자회사 제넥신과 함께 주 1회 투여가 가능한 지속형 성장호르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독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지속형 성장호르몬 치료제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서 있다. 글로벌 빅파마의 경우 화이자와 노보노디스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지속형 성장호르몬 치료제 판매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성장호르몬제는 1일 1회 투여하던 것에서 주 1회 투여가 가능한 지속형 성장호르몬제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성장호르몬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3038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2364억원)대비 28.5%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는 성장호르몬 치료제시장이 매년 10~20%씩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경제 성장으로 성장호르몬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데다 예전과 달리 키 성장에 대한 인식이 중요해진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성장과 키 크는 수술이 보편화되지 못한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한독은 지속형 성장호르몬 치료제를 국내에서 출시한 뒤 추후 해외 진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독은 지난해 매출 5438억원, 영업이익 2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5176억원, 280억원)과 비교해 각각 5%, 1.8% 증가한 수치다. 한독은 전체 매출에서 아마릴과 테넬리아 등 당뇨치료제와 케토톱 등 항염증제 매출 비중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한독은 매출 증가 폭이 큰 편이지만 영업이익은 2018년부터 5년 연속 200억원대 머무르고 있다.
한독 관계자는 “한독의 주요 성장전략 가운데 하나인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와 손을 잡고 내부역량을 공유하면서 신제품 및 서비스를 공동개발하는 개방형 혁신을 의미한다”며 “담도암과 성장호르몬 치료제의 임상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