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10년 전 미국行 ‘선견지명’…IRA 수혜로 돌아왔다(종합)

by김은경 기자
2023.04.26 12:29:44

매출 8조7471억…상장 후 5분기 연속 ‘최대’
1분기 만에 지난해 영업익 절반 이상 벌어들여
美 IRA 세제 혜택 1003억 반영…수혜 ‘본격화’
북미서 ‘압도적 경쟁력’…中과 경쟁 우위 자신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새로 썼다. 1분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지난해의 절반을 뛰어넘는 등 단기간 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여 년 전, 당시만 해도 불모지였던 미국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들며 기반을 닦아왔다. 이 같은 꾸준한 노력이 최근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자국 내 생산을 우대하는 공급망 정책 시행에 맞물려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청주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6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는 이미 10년 전부터 미국에 진출해 생산기지를 구축했다”며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그간의 노력이 이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 이후 더욱 빛을 발할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북미 시장 전기차(EV) 배터리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 8조7471억원, 영업이익 6332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1.4%, 영업이익은 144.6% 큰 폭으로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5개 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은 IRA로 인한 세제 혜택이 반영되며 큰 폭으로 뛰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분기부터 미국 IRA 세액 공제 예상 금액을 손익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1분기 반영 금액은 1003억원이다. 이 부사장은 “유관 기관과 회계 전문가 의견을 종합 검토해 영업이익에 반영했다”며 “올 한 해 동안 15~20GWh(기가와트시) 안팎의 IRA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IRA 시행 세칙이 확정되는 시점에 변경 사항이 있다면 조정 반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완성차 업체들과 손잡고 미국 내 생산능력(CAPA)을 지속해서 확대해 왔다. 향후 미국 내 생산능력은 제너럴모터스(GM) 1·2·3 공장(140GWh), 혼다 JV(40GWh), MI 단독공장(26GWh), 애리조나 단독공장(43GWh) 등을 포함해 총 25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수요 증가가 더딜 것이라는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한 것은 ‘보조금’ 때문이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 북미 지역 내 생산·조립 △핵심광물의 40% 이상 북미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일본 포함) 내 추출 혹은 가공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전기차 구매 시 각각 3750달러씩 총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분에 올해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하는 배터리를 탑재한 고객사 전기차가 IRA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타사 대비 충분한 생산역량과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 북미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갖춰나갈 방침이다. 이 부사장은 “IRA 도입으로 북미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산능력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현재 미국의 다수 메이저 회사로부터 협력 요청이 증가하고 있어 추가 수주 모멘텀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 네트워크 지도.(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전망에 대해 유럽의 전기차 수요는 제한적인 반면, 북미 수요는 여전히 견조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2분기 매출은 1분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했다. 다만, 최근 1년 새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등 메탈 가격이 급락하면서 매출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사장은 “다행히 지난해 대부분 고객과 원재료 판가 연동 계약 수정 작업을 마쳐서 손익에는 원재료 가격 변동으로 인한 영향이 없지만, 매출에는 일부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업 규모가 급격히 커지며 제반 비용 관리가 중요해진 상황으로, 물류비나 유틸리티 비용 개선 활동을 집요하게 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내외 변수에도 올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신들의 ‘텃밭’인 북미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는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부사장은 “최근 중국 CATL과 포드 간의 협력 등 중국 업체들이 미국 우회 진출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꽤 있는 것 같다”며 “다만, 최근 글로벌 정세와 IRA 법안 취지를 생각해 보면 중국 업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감이 다소 강한 상황이어서 중국 업체들이 쉽게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은 공급망 구축을 위한 시간과 비용 소요가 꽤 클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자국) 내에서의 경쟁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진정한 경쟁’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우리는 이미 미국 내에 다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수요를 선점해 나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한편 지난달 발표된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과 관련해서는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 초안 단계인 만큼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CRMA 법안 시행까지 약 1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폴란드에 대규모 양산 케파를 운영 중이고 밸류체인(가치사슬) 현지화도 지속적으로 전개 중이어서 향후 요건 충족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분기별 실적 그래프.(자료=LG에너지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