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재용 환영" Vs "재벌 특혜"…환호와 욕설 뒤엉킨 서울구치소
by배진솔 기자
2021.08.13 11:19:56
이재용, 207일만에 가석방…양복에 노타이 차림
150여명 인파 속…지지자-시위대 고성 충돌
이재용 "걱정, 비난, 우려, 기대 잘 듣고 있다" 사죄
|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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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쳤습니다.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 잘 듣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지난 1월18일 실형을 선고받은 뒤 재판부가 진술 기회를 주자 고개를 숙인 채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한 후 207일만에 입을 연 것이다. 이 부회장은 국민께 사과의 말을 남기고 90도로 고개 숙여 3초간 멈춰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전 10시 가석방돼 출소 절차를 마친 뒤 10시 4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 셔츠에 검은 양복을 입고 노타이 차림이다. 살도 많이 빠지고 새치가 늘어 몰라보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구치소 언덕에서 정문까지 정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정문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와 시위대는 양쪽에서 소리치며 고성이 오갔다. 한쪽에선 “이재용, 이재용”을 외치며 환호하고 한쪽에선 확성기를 울리며 욕설을 뱉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 라인 뒤로 취재진과 유튜버, 시민 등이 모였다. 10시쯤엔 150여명이 모여 구치소 정문을 바라봤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계속 받으셔야 하는데 취업제한도 되셨고, 심경 부탁드린다’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크게 한번 끄덕인 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경제활성화 대책 어떤 고민을 했는지’, ‘특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준비된 차량을 타고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이 부회장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을 크게 깜빡이기도 하고 아래를 응시하기도 하며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 나와 바로 서울시 한남동 자택으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감 생활 중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건강 상태는 양호하지만 오랜 수감 생활과 충수염 수술 후유증 등으로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급성충수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특별 대우를 받기 싫다”며 외부 진료를 거부했다 증상이 악화돼 대장 절제 수술을 받았다. 당시 수술 후유증으로 몸무게가 7~8㎏ 가까이 줄었는데 현재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재수감되기 전과 비교하면 체중이 10㎏가량 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