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좌동욱 기자
2007.12.11 23:13:06
정책 대결에 주력..여전히 이명박 vs 반이명박 구도
이명박 반듯한 자세 '눈길'...'차분해진' 정동영
이회창, 이명박 '저격수'로 나서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11일 밤 열린 대선 후보 2차 합동 TV 토론회에서 6명의 대선 후보들은 사회 교육 문화 여성 분야를 주제로 날선 공방을 벌였다.
첫 TV 토론회 당시 원색적인 비방과 비난이 줄어들고 정책 중심의 토론이 이뤄졌다는 평가. 특히 '전 국민이 전문가'라는 교육 분야에서 각 후보들은 차별화된 정책으로 가시돋힌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후보들이 6명이나 되는 탓에 심도 깊은 토론을 볼 수 없다는 '한계'는 여전했다.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을 5명의 다른 후보들이 포위 공격하는 '반(反)이명박' 전선도 뚜렷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전 후보들의 모두 발언에서부터 반(反)이명박 전선은 드러났다.
문국현 후보는 현안인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을 예로 들며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경부 운하를 건설해, 이런 일이 또 생겨서는 절대로 안된다. 환경은 생명"이라며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 정책을 우회적을 비판했다.
이회창 후보는 "(자녀) 위장 취업, 위장 전입, 거짓말을 하는 후보는 국민이 믿고 따라 갈 수 없다"며 "새로운 시대에서는 정직과 원칙, 확고한 신념으로 국민을 이야기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후보도 이명박 후보를 겨냥, "선진국이 되려면 2가지 필요한 덕목이 있다"며 "더 깨끗하고 더 정직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명박 후보는 참여정부의 실정을 부각, 정권 교체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이 후보는 상호토론이 이뤄진 교육 개혁분야에서 "노무현 정권은 2004년 모든 사람의 반대 속에서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목표로 수능 등급제를 도입, 결과적으로 학부모 학생 학교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며 "노무현 정권의 책임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수능 과목이 지나치게 많다. 9개에서 4개 정도로 줄이자", "교육 수월성을 인정하자" "대학교육에 자율화를 주자"는 등 참여정부와 차별화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모든 후보들이 '벌떼'처럼 이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인제 후보는 "대학교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주면 본고사가 부활한다"며 "교육은 시장 논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권영길 후보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성교육인데 (자녀) 위장 취업, 위장전입, 탈세, 거짓말까지 하는 대통령이 있는 데 정직하라고 교육할 수 있겠냐"며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인성교육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되시겠다는 생각 접으시는 게 어떠냐"고 반문했다.
정동영 후보는 "외교 안보정책과 마찬가지로 저는 이명박 후보와 철학이 다르다"며 "기업은 이익을 내면 되지만 대통령은 국민을 사원으로 보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보수 진영의 이회창 후보조차 "이명박 후보는 소위 3불제도(고교등급제, 대학별 본고사, 기여입학제)를 폐지하겠다고 화끈하게 선언했다"면서 "그래서 본고사 주장하는가 했더니, 바로 폐지하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하겠다고 한다. 처음과 나중에 한 이야기가 다르고 왔다갔다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모든 후보들이 제 정책들을 자세히 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수능 등급제를 고교 등급제로) 잘못 아신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어 말한 내용은 후보들의 비판을 반박하는 것이라기 보다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반이명박 전선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분야가 사회 분야. 사회 분야 부패 척결방안에 대해 모든 후보들은 거두절미하고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이회창 후보는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사회의식이 퍼져야 한다"며 "거짓말하고 정직하지 못하며 원칙을 바꾸는 지도자는 법 질서와 사회 기강을 세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문국현 후보도 이명박 후보를 겨냥, "국민들이 지도층 부패에 너무 관대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는 "강남의 8학군에 해당하는 대구 수성구에서 학부모들이 위장 전입 단속에 걸리자, 대통령 후보도 위장 전입 여러번 하는 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고 항의한다)"며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위장 전입을 단속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정책보다 네거티브가 심하다"며 "CEO로 최장수하고 서울시장 4년 할 때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일했다"며 "그런데 6개월 동안 (정치하면서) 비도덕적 사람으로 몰렸다"고 맞받았다.
다만 이인제 후보는 네거티브 공격보다는 자신의 정책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부정부패 척결방안에 대해서도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기 보다는 "별도의 부패 전담기구는 필요하지 않지만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제도를 더 연구해야 한다", "감사원을 국회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는 등 대안을 제시했다.
정 후보는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던 첫 TV 토론회 때보다 차분해진 모습. 첫 토론회 당시 토론 주제와 상관없이 "함께 토론하는 게 창피스럽다",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세탁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태도를 자제하면서 이명박 후보 정책의 모순을 집중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정 후보는 교육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이명박 후보는 가장 오른쪽의 시장 지상주의, 권영길 후보는 좌파 철학의 교육정책인데 둘 다 답이 아니다"라며 "교육 대통령은 나의 오랜 꿈이다"라고 말해 시청자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데 노력했다.
이명박 후보는 첫 토론회에서 '오만'하다고 지적받았던 삐딱한 자세를 고쳤다. 반듯한 자세로 상반신을 굽히면서 두손을 모아, 시청자들에게 더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였다. 도덕적 '비난'을 방어하기 보다는 다른 후보의 정책 비판에 애쓰려는 모습도 달라진 것.
실제 이 후보는 세계적 대학 15개를 만들겠다는 정동영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착각이다"며 "국가가 (대학을) 만들 수 없다. 스스로 경쟁을 통해 세계적인 대학이 되야 한다. 하버드(대학)도 스스로 했다"며 받아쳤다.
이회창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거칠게 이명박 후보를 몰아세웠다.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결과 이명박 후보가 무혐의 판정을 받은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겨냥 "그런 도덕성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모으고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없다"며 "이런 문제를 털지 못한 후보는 마땅히 사퇴함으로써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사퇴론까지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