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기수 기자
2006.05.03 17:06:42
노대통령, 실무친위형 40대 수석 급부상
무게감 떨어져…정실인사 논란도
[이데일리 박기수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5.3 비서실 인사를 통해 집권 하반기를 이끌어 갈 틀을 `실무 친위형' 체제로 개편했다.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내부 인물을 발탁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하반기 정국운영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참신함'보다는 '밝은 실무'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이번 청와대 인사에서는 새로 기용된 인물보다 오히려 `왕 수석` 문재인 민정수석이 야인으로 돌아간다는 데 관심이 더 높다. 노 대통령과 지난 82년부터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했고, 절친한 동료이자, 정치적인 동반자, 그리고 부산인맥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퇴진이 주목을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망 탓에 참여정부에서 초대 민정수석을 시작으로 시민수석,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자리를 떠났다 다시 민정수석으로 복귀하는 등 사실상 장관급 수석 역할을 해왔다. 그의 업무 범위에 경계가 없다할 정도인 점도 그런 이유에서다.
같이 떠나는 김완기 인사수석의 경우도 호남인맥의 상징으로, 무게감 있게 업무를 수행해 와 `수석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 수석은 "조금 쉬었다가 당초 일하던 법무법인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빨리 돌아가긴 보다는 충분한 휴식 기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무수행에서 대과 없이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문 수석의 경우에는 차기 비서실장, 김 수석의 경우에는 장관으로 다시 복귀할 것이란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5.3 수석·보좌관 인사로 인해 청와대내 수석·보좌관들의 평균 연령이 뚝 떨어졌다.
민정수석의 나이는 53세(문재인)에서 44세(전해철), 인사수석은 62세(김완기)에서 48세(박남춘), 시민사회수석은 53세(황인성)에서 47세(이정호)로 내려갔다. 그러나 혁신수석은 이용섭(55)에서 차의환(59)로, 과학기술보좌관도 박기영(48)→김선화(50) 바뀌면서 소폭 평균 연령을 끌어왔다.
청와대는 이번 개편에 '활력있고 안정적인 비서실 운영'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외부 영입할 경우, 업무적인 적응기간도 꽤 걸릴 뿐만 아니라 이른바 `코드 접속'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노 대통령과 발 맞춰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뛰어난 점이 특징이다.
정태호 대변인은 이와 관련 "국정운영의 연속성을 마련하기 위해 주로 내부 인사를 승진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하반기 국정운영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바닥을 다지는 자세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인물들이 기용된 점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참여정부의 '개방형 인사' 원칙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측근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차의환 혁신관리수석 내정자는 노 대통령과 부산상고 59회 동기동창이고, 전해철 민정수석 내정자는 천정배 법무장관 등이 창립한 법무법인 해마루에 일하면서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나라종금 불법정치자금 파문에 연루된 안희정씨를 변호하기도 했다.
박남춘 인사수석 내정자는 노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 시절에 총무과장으로 일해 연을 맺었다. 이정호 시민사회수석 내정자도 대선 당시 부산지역의 노무현 후보 세력를 규합하는 데 일조했고, 노 대통령의 최측은 이광재 의원의 손위처남이기도 하다.
이들이 그간 노 대통령을 보필하면서 검증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김선화 과기보좌관만 빼고는 모두 정실인사를 비난을 면치 못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능력이 검증받는 것"이라며 "정실인사란 말은 능력 없는 사람을 연에 의해 기용하는 것"며 정실인사라는 비난에 선을 분명히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