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화도 마음대로 못하나"…'펄프픽션' NFT 발행 둘러싼 갈등 심화
by고준혁 기자
2022.01.14 15:06:20
타란티노 감독, ''펄프 픽션'' 대본 등 NFT 발행 추진
제작사 미라맥스, 작년 11월 타란티노 감독 고소
업계, 예술 창작물 NFT 소유권 ''첫 판례''에 촉각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영화 ‘펄프 픽션’의 대본과 미공개장면 등을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발매하는 것을 둘러싼 감독과 제작사의 다툼이 법정을 넘어 여론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펄프픽션의 제작사인 미라맥스측를 변호하는 법률사무소는 이번 주 NFT를 관리 회사인 SCRT 랩스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NFT를 발행하거나 판매할 권리가 없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 타란티노는 SCRT 랩스와 협력해 펄프 픽션 관련 컨텐츠의 NFT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편지 내용은 언론에 공개됐다.
이에 대해 타란티노 감독의 법률대리인은 미라맥스가 NFT 경매를 방해하고 감독의 권리를 의심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타란티노 측은 “판매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단 걸 미라맥스는 이미 알고 있는데도, 대중을 오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맞대응했다.
앞서 미라맥스는 작년 11월 타란티노를 저작권 위반 혐의로 법정 소송을 걸었다. 타란티노가 NFT로 발매한 펄프 픽션 대본을 경매에 부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한 조치인 것이다.
WSJ은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술 창작물에 대한 NFT 소유권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정하는 첫 판례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NFT가 생기기 전에 만들어졌던 현존하는 대부분의 예술 창작물들은, 제작 주체 간에 소유권 다툼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화예술 법과 소송 관련 전문가인 토마스 댄지어는 펄프 픽션 NFT 소유권 논란에 대해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요즘 제가 받는 모든 전화들은 NFT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94년 개봉한 펄프픽션은 ‘저수지의 개들’의 이은 타란티노의 2번째 작품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둔 인정받으면 그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이듬해인 1995년에는 오스카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당시 소규모 영화사였던 미라맥스도 펄프픽션의 성공으로 돈방석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