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껴주면 방해 안할게…’ 美WD, 도시바에 양보안

by김형욱 기자
2017.06.12 10:23:11

도시바메모리 인수전…‘금액 올리고 우려 줄이고’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시바(東芝)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해 우선협상 중인 미국 협력사 웨스턴디지털(WD)이 새로운 양보안을 내놨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도시바가 WD의 반대에도 오는 15일 WD를 뺀 네 곳의 공식 입찰자 중 한 곳을 발표키로 한 가운데 WD도 시간에 쫓기는 모양새다. WD는 일본 욧카이치(四日) 반도체 공장 운영을 위한 지분 협력관계를 이유로 도시바의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반대하며 국제분쟁기관에 제소한 상태다.



1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WD는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 등이 모인 ‘미·일 연합’에 합류한다는 목표로 도시바에 대폭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에는 정식 입찰한 네 곳의 후보보다 적었던 입찰 금액을 올리는 안도 포함됐다. 역대 최악의 자금난에 빠진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지분 매각에 최소 2조엔(약 20조4300억원) 이상을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WD가 자신의 직접 출자액을 수천억엔 수준에서 올리며 총 매각대금을 기존 1조9000억엔에서 2조엔 전후로 증액했다고 보도했다. 또 WD가 주식을 취득해 경영권을 쥐는 데 반대하는 도시바의 뜻에 따라 지분취득 대신 회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지분관계가 없으면 미국, 유럽의 독점금지 규정 심사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플래시메모리 부문에서 도시바와 WD는 삼성전자에 이은 점유율 2~3위 기업이다. WD는 도시바메모리의 일본 내 고용 보장도 약속했다.

WD로선 사흘 앞으로 다가온 도시바의 매각 대상 발표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미국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으며 도시바가 15일 이를 예정대로 발표키로 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로서도 국제 제소 중에 매각을 강행하는 게 부담이지만 노골적으로 도시바 인수전 참여를 바라는 WD로서도 분쟁을 오래 끄는 걸로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 이번 입찰에는 브로드컴과 SK하이닉스(000660)-베인캐피탈 연합, 미 사모펀드 KKR 연합, 타이완 훙하이정밀공업(鴻海·폭스콘) 연합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