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 사이 그윽한 커피향… 강릉 커피명소 탐방
by경향닷컴 기자
2010.01.27 16:11:00
[경향닷컴 제공] 겨울과 바다와 커피는 서로 잘 어울린다. 겨울 바다를 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웬만한 여행의 즐거움보다 크다. 지난해 가을 강릉시가 커피 축제를 열었다. 이후 강릉에선 이름난 카페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 ▲ 커피숍 테라로사의 로스팅실. 로스팅을 끝낸 원두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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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박이추씨는 커피전문가를 거론할 때 늘 꼽히는 사람이다. 커피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재일교포인 박씨는 일본에서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워와 1988년 서울 혜화동에 커피숍을 차렸다. 2000년 진고개 휴게소 앞으로 커피숍을 옮겼고, 2004년 7월 강릉에 보헤미안을 열었다. 드립커피만 내놓는다.
커피숍도 제법 세련됐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외진 곳에 박혀 있었고, 겉모습도 허름했다. 커피숍에 들어서니 멀리 바다가 보였다. 박씨는 장인의 분위기가 물씬 배어나왔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직접 커피를 내렸다. 종업원들에게 맡기지 않았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주문이 들어오면 벌떡 일어섰다. 보헤미안에서 나오는 모든 커피는 ‘박이추표’ 커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사람들이 잠깐 커피를 배워 커피숍을 여는 데 반대한다”고 했다. 커피도 인생을 투자해야 할 만한 것이란 설명이다. 직접 블렌딩한 커피를 내왔는데 진했다. 커피숍 주방 옆에는 생두를 볶는 로스팅실이 붙어있었는데, 생두 가마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는 “커피는 정말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공장형 카페다. 로스팅실에는 4대의 로스터가 있었고, 커피나무가 자라는 온실도 있었다. 베이커리도 있었는데 직접 빵을 구워낸다고 했다. 인테리어도 훌륭했다. 김용덕 사장은 생두 구입을 위해 니카라과로 떠난 상태였다. 대신 이현주 실장이 테라로사가 생긴 배경을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은행원 출신의 김 사장이 2002년 카페를 처음 열었다”고 했다. “청담동에는 좋은 레스토랑도 많은데 왜 식사후에 나오는 커피맛은 별로일까”해서 커피숍을 차렸다는 것이다. 처음엔 커피를 잘 몰랐고, 앎도 짧은 상태에서 커피를 만들다 보니 과거에 만든 커피가 부끄러웠단다.
이 실장은 “2008년부터 과거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원두 구입에 힘을 쓰고 싶다”고 했다. 해서 상당히 높은 등급인 스페셜티 등급의 커피를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커피 메뉴에는 나라 이름과 농장 이름이 함께 쓰여있다. 이를테면 ‘과테말라 삭이심(영농조합)’ 같은 식이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공동생산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지역이름이 뒤에 붙는다고 했다.
박이추씨와 강릉시청에서 커피히피를 추천했다. 시내에 있는 그의 7평짜리 커피숍은 테이블이 2개뿐이었다. 바도 있어서 혼자 앉아 마실 수 있도록 돼있다. 막 가게에 들어섰을 때 주인 이병학씨는 가스불에 스테인리스 통을 돌리며 생두를 볶고 있었다. 보통 커피숍에서 볼 수 있는 로스터기가 아니라 튀밥기계나 땅콩기계 같은 수동형이다. “과거에 기계가 나오기 전에는 로스터 기계가 따로 없었어요. 커피를 사서 직접 볶아먹었지요. 누님이 있는 독일에서 할머니들이 이렇게 커피를 볶는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이씨는 커피도 생선회와 같이 신선식품이라고 했다. 막 볶아 커피를 내리는 게 좋다는 것이다.(반면 테라로사의 이현주 실장은 커피를 막 볶으면 가스가 남아있어 이틀 정도 후에 마시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이씨는 커피를 내린 지 23년 됐다고 했다. 서울 인사동에서 시작, 홍대앞을 거쳐 강릉까지 들어왔다는 것이다. 로스팅은 9년째 직접 하고 있다고 했다. “케냐에서는 지금도 커피를 물에 넣고 끓여서 마시잖아요. 필터는 네덜란드에서 발명됐지만 일본에서 드립커피가 발달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커피숍이 너무 상업화돼 있거든요. 기계 다룬다고 커피를 잘 안다고 할 순 없잖아요.”
그의 카페의 커피메뉴는 딱 6가지. 모두 드립커피다.
커피커퍼(2호점)는 안목해변 바로 앞에 있었다. 커피숍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좋았다. 강릉사람들이 점심 먹고 잠깐 커피 마시러 오는 바닷가란다. 최순애 사장은 9년 전 커피숍을 열었다. 처음에는 체인 커피숍을 운영했는데 나중에 직접 자신의 커피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커퍼란 맛 감별사라는 뜻. 그는 안목해안이 원래 자판기 천국이었다고 했다. 바닷가 경치가 좋아서 사람들이 바다보러 오고, 온김에 자판기 커피를 뽑아 먹었다는 것이다. 커피에 대해서 솔직했다. 최 사장은 “솔직히 커피를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왕산면 대기리에 커피 농장을 마련, 온실에서 커피나무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 커피를 올 겨울 수확, 커피를 만들 예정이란다. 사실 한국에서 재배한 커피가 수백년 노하우가 있는 남미나 아프리카 커피보다 나을리는 없을 것이다. 커피커퍼는 어쨌든 경치 좋다. 커피값도 쌌다.
*연곡면 영진 해안 언덕배기에 있는 보헤미안은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다. 커피 메뉴는 35가지. 4000~5000원.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9시면 무조건 문을 닫는다. www.bohemian88.com (033)662-5365
*테라로사는 학산공장점과 문화의 거리점, 경포점이 있다. 학산공장점으로 가는 게 좋다. 4500~7000원. 여행자를 위해 만든 메뉴 중 하나는 테이스팅 코스. 6000원에 3가지 커피맛을 볼 수 있도록 했다. 1~3주 토요일에는 커피학교도 연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1인당 2만원. 커피를 만드는 과정, 로스팅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코스다. 직접 볶은 원두 100g을 준다. www.terarosa.com (033)648-2760
*커피히피는 상호명으로는 내비게이션에 안 나온다. 전화번호도 주인 이씨의 휴대전화밖에 없다. 내비게이션에는 강릉시 명주동 46-1번지로 쳐야 한다. 오전 11시 이후 문을 연다. www.coffeehippie.kr 011-9790-4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