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출국금지에 외신 "韓 리더십 공백 심화…대통령직 '식물' 상태"

by이소현 기자
2024.12.10 10:08:46

韓 헌정 사상 첫 대통령 출국금지에
NYT "尹, 정부 장악력 약화" 증거
워싱턴포스트 "통치체제 실질적 마비"
닛케이 "尹 직무정지, 국회 탄핵뿐"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외신에서 9일(현지시간) ‘비상계엄 사태’ 대혼란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신분으로 출국금지 당한 것과 관련해 한국의 정치적 기능이 마비됐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출국금지됨에 따라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더욱 깊어졌다”고 진단한 뒤 “한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적은 없으며, 이번 명령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조치로 인한 후폭풍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대한민국은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졌다”면서 “확산하는 시위는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NYT는 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출금 요청을 수용한 것은 “윤 대통령의 정부에 대한 장악력이 얼마나 약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의 통치체제(거버넌스)는 실질적으로 마비됐다”고 진단했다. WP는 윤 대통령의 출국금지 소식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퇴를 거부하고 있어 대통령직은 ‘식물인간’ 상태에 있다”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또 WP는 윤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과도적 권력 행사 구상을 밝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총리의 지난 8일 담화와 관련해서는 “이번 조치가 윤 대통령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권력놀음이며 법적으로도 모호하다”고 법적 근거가 의문시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라고 전했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도 여당과 국무총리 중심의 국정운영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대통령의 권한대행은 국회 표결이나 돌발적 사고로 인한 정치적 공백 등 비상사태에 한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헌법상 대통령의 직무 수행 중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유일한 절차는 국회의 탄핵”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탄핵안이 현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되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국무총리는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CNN은 지난 7일 탄핵 투표에서 살아남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이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비상계엄 선포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1980년대 피비린내나는 긴 민주주의 투쟁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수십 년간의 군사 독재기간 동안 부과된 계엄령의 잔혹함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전국에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다”며 “시위대와 야당 인사들이 탄핵을 요구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고 여당과 군부 내에서도 지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