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또 "이 시점에 박원순 평가 이뤄져야"...조국도 "비극"

by박지혜 기자
2021.03.24 11:07:26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또다시 “아픔과 혼란을 뒤로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이 시점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현재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2002년 제32대 이명박 서울시장부터 오세훈을 거쳐 박원순까지 20년 간 서울시장 이력을 나열했다. 지난해 7월 9일 박 전 시장의 사망에 이어 오는 4월 7일 제38대 서울시장엔 물음표를 남겨놨다.

그러면서 “서울은 대표적인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다.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충돌하고 서울시정에 대한 기대와 평가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대체로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에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었다면 박원순 시장 시절에는 안전과 복지가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뉴타운 개발과 도심 초고층화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토목 행정은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의 상징이다. 거기에 20개가 넘는 자율형사립고를 허가하여 일반고를 무력화하고 고교교육의 서열화를 악화시킨 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의 행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시장의 질서나 기업의 효율 등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라며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당선은 서울 시민들의 생각이 변했다는 반증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디 가도 사람 생각하자’ 안전한 서울, 깨끗한 서울, 걷기 좋은 서울이 시민의 새로운 요구였다. 박원순은 그런 요구에 순명하여 속도를 줄이고 안전을 강화하고 인도를 넓히고 서울심야버스를 도입하고 자동차 제한 구역을 늘리려 했다”는 등 박 전 시장의 성과를 적어 나갔다.

임 전 실장은 “그의 관점과 철학이 서울의 요구를 모두 채우지도 못했고 때론 지나치게 고집스러워서 세상 물정 모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며 “아픔과 혼란을 뒤로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이 시점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또 내일을 살아야하고 4월 7일 이후의 서울이 어떤 철학과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는 우리 자신와 아이들에게 어떤 과거보다 중요하니까”라며 글을 맺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왼쪽),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임 전 실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의원들이 줄줄이 사퇴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임 전 실장은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 호텔 밥 먹지 않고 날 선 양복 한 번 입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반 이상 남기는 쪼잔한 공직자였다”고 했다.

이어 “운전을 하다 보면 자주 박원순을 만난다. 유난히 많아진 어린이 보호 구역과 속도 제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제한 속도 50에 적응하지 못해 수시로 울리는 경고음을 들을 때마다 박원순의 목소리를 듣는다”며 “서울 광장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을 볼 때 광장 확장공사로 불편해진 광화문을 지날 때도 주행보다 보행을 강조하던 박원순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완전히 참여와 자치의 공간으로 변모한 주민센터와 여기저기 숨 쉬는 마을 공동체, 그리고 생활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꾼 찾아가는 동사무소, ‘찾동’에서도 박원순의 향기를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을 문화와 역사가 살아 있는 국제관광도시로, 세계 최고의 마이스 산업 도시로 만들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서울시 행정을 전파하려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 리더들과 열띠게 토론하던 그의 모습도 그립다”며 “박원순은 미래 가치와 생활 이슈에 가장 민감하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임 전 실장은 “딱딱한 행정에 사람의 온기와 숨결을 채우려 무던히 애쓰던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며 “그리고 이제 드디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 공원의 숲 속 어느 의자엔가는 매 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 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은 임 이사장의 이러한 페이스북 글에 ‘슬퍼요’를 눌렀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박원순 시장의 비극적 운명이 슬프고, 성희롱 피해자의 처지 역시 슬프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면서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을 다룬 책 ‘비극의 탄생’ 내용 일부를 올렸다. “어떤 이는 그래도 박 시장이 덕업을 많이 쌓아 천국에 갔을 거로 믿고, 또 어떤 이는 그가 위선이라는 대죄를 지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으리라 확신한다. 나는 그가 이도 저도 아닌 ‘연옥에 갇힌 영혼’이 됐다고 생각한다”는 구절이다.

사진=조국 법무부 전 장관 페이스북
한편,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임 전 실장에게 “앞으로 그런 일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개인적 표현의 자유에 대해선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긴 그렇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어 “피해 여성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상처를 건드리는 발언은 자제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임 전 실장의 페이스북 글이 지지층 결집용이라는 해석에 대해선 “도움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