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백화점 메이시스, 2100억원 회계부정에 실적 발표 연기

by양지윤 기자
2024.11.26 10:43:35

택배 배송 담당 직원, 비용 기재 고의 누락
회계부정에 포렌식 조사 진행 중
"현금 관리·공급업체 지불 영향 없어"
실적 부진, 회계 부정에 투심 악화…연초 대비 주가 2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최대 백화점 메이시스에서 1억달러가 넘는 회계부정이 발생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연기했다.

(사진=로이터)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메이시스는 3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하며 실적 발표를 당초 예정했던 이달 26일에서 다음 달 11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택배 배송을 담당했던 한 회계 직원이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1억3200만~1억5400만달러(약 2100억원)에 달하는 비용 기재를 고의로 숨긴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메이시스는 최근 분기별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발견해 포렌식 회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회계 부정으로 인한 현금 관리 활동이나 공급업체 지불에 영향을 미쳤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문제를 일으킨 직원이 현재 퇴사했으며 다른 직원의 연루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메이시스의 설명이다.

메이시스는 해당 직원이 왜 비용을 숨겼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토니 스프링 메이시스 최고경영자(CEO)는 “가능한 한 빨리 조사를 완료하고 이 문제가 적절하게 처리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직원들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성공적인 휴가 시즌을 위한 전략을 실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1월 매출이 3분기 매출을 웃도는 수준으로 진행 중”이라며 오는 29일 블랙프라이데이를 포함한 연말 쇼핑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메이시스는 이날 3분기 잠정 실적을 통해 매출이 47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월가 예상치인 47억7000만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 가을 날씨가 평년보다 높아진 영향으로 디지털 채널과 추위 관련 수요가 약세를 보인 여파다.

시장에선 이번 회계부정이 가뜩이나 얼어붙어 있는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메이시스는 실적 턴어라운드 전략의 하나로 향후 3년간 150개의 매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가 계속 운영할 계획인 매장의 매출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닐 손더스 글로벌데이터 매니징 디렉터는 “이번 사건이 20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은 회사 감사인의 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미 성과에 우려를 가진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시스의 회계 감사인인 KPMG는 지난해 파산한 지역 은행 3곳에 대해 ‘청렴’ 의견을 제시한 전력이 있다.

메이시스는 백화점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올 들어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메이시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21% 내린 15.94달러로 마감했다.

한편 165년 역사의 메이시스 백화점은 지난 7월 회사를 인수하려는 개인 투자자들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체인을 재건하기 위한 자체 전략을 추구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