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성관계 해봐"…가출학생 보살핀 기간제 교사의 '가면'

by하상렬 기자
2022.12.09 14:51:57

담임학급 가출학생 접근…집에서 재워주며 범행
"너보다 가슴 크다"·"뽀뽀해줘"…엉덩이 수회 치기도
"피해자 진술 일관·구체적" 유죄 인정…징역형 집유
"교사임에도 가출 묵인·방조·성적학대, 죄책 무겁다"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가출 청소년을 보살피던 교사가 이들에게 성관계를 해보라고 하는 등 성희롱 행위를 일삼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간제 교사는 근로계약이 해지됐고,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1부(배광국 오영준 김복형 부장판사)는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20년 4월경 담임 학급 제자인 B(당시 16세)군이 가출한 상태임을 알게 되자, B군과 그의 여자친구인 C(당시 15세)양을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내도록 해줬다.

‘보호’를 해주겠다던 A씨가 성희롱 행위를 하는 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C양을 강제로 추행한 것.

A씨는 그해 4월 하순경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으니 형이나 오빠라고 불러라”는 말에 C양이 따르지 않자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지, 뭘 잘못했는지 알 때까지 계속 친다”며 엎드려 있던 C양의 엉덩이를 손으로 수회 쳤다.

당시 C양은 고등학교 자퇴를 결심한 B군이 담임 선생님인 A씨와 사이가 나빠지면 자퇴 처리에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해 수사기관에 추행 사실을 알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성적 학대행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됐다.

A씨는 그해 5월 중순경엔 B군과 C양이 입맞춤을 하고 있는 것을 본 뒤 “나도 뽀뽀 좋아한다. 나도 뽀뽀해줘”라고 하고, “내가 지금 조건만남을 하고 왔는데, C양보다 가슴이 크더라”라는 내용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 특히 A씨는 6월초경 잠을 자려고 누워 있던 B군과 C양에게 “내 앞에서 성관계를 해주면 안되겠냐”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 A씨는 B군이 부탁을 거절하자 “우리 사이가 그것밖에 안되냐”며 계속해서 자신의 앞에서 성관계를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범행은 B군이 중학교 때 알게 된 선생님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알려져 수사로 이어졌다. A씨가 B군과 C양에게 했던 행동을 B군이 말했고, 선생님이 수사기관에 신고한 것이다.

A씨의 범행을 알게 된 학교는 2020년 7월 A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A씨는 수사를 거쳐 이듬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사진=이데일리DB)
재판 과정에서 A씨는 C양의 엉덩이를 친 사실이 없고, 뽀뽀를 해달라고 하거나, 성관계를 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군과 C양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고등학교 교사이던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가출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자신의 주거지에서 지내도록 하면서 강제로 추행하거나 여러 차례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적 학대행위를 가했다”며 “교사로서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교육할 의무가 있음에도 가출을 묵인·방조하고 공공연하게 성매매 사실을 말하면서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했는바, 범행의 경위와 수법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한 피고인의 범행으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까지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있는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A씨 측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재까지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등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원심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