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투자실패에 헤지펀드로 눈돌리는 소프트뱅크
by방성훈 기자
2020.02.17 10:35:36
위워크·우버·왝 등 잇따른 투자실패에 내부서 회의론
비전펀드 총괄 라지브 미스라…돌파구로 헤지펀드 택해
“손정의 투자철학과 정면배치…내홍 심화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책임지고 있는 라지브 미스라(Rajeev Misra) CEO 가 헤지펀드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위워크 등 잇따른 투자 실패에 대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손정의 회장의 투자 비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16일(현지시간) 복수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 1000억달러의 비전펀드를 총괄 감독하는 미스라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개발공사, 카자흐스탄과 함께 수십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헤지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바달라는 비전펀드의 ‘큰 손’ 투자자 중 한 곳이다.
구체적인 투자 대상이나 내용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상장사들에 복잡한 투자기법을 구사하는 방식이라고 FT는 전했다. 3명의 소식통은 이 펀드가 아부다비에 기반을 두고, 미스라 CEO와 도이체방크에서 함께 일했던 헤지펀드 매니저 악샤이 나헤타가 운영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전했다.
또다른 한 소식통은 무바달라와 카자흐스탄 정부가 이 펀드에 4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자금은 20억달러 미만이 될 것을 관측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소프트뱅크 내부에서 공유 스타트업 위워크 및 우버, 반려견 산책 전문 스타트업 왝(Wag) 등에 대한 투자 실패로 투자 방향이나 사업 전략 등에 회의론이 일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FT는 “소프트뱅크의 1차 비전펀드는 지난해 3분기 수익이 99% 급감했다. 손 회장이 베팅에 연이어 실패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기존 투자에 대한 수익성에도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결국 1080억달러 규모의 2차 비전펀드에 대한 손 회장의 야망도 한풀 꺾였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같은 미스라의 움직임이 손정의 회장의 투자 철학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손 회장은 그간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이들 기업의 성장을 도와 이익을 나누겠다는 전략 하에 비전펀드를 운영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스라의 헤지펀드 설립 추진은 내부에서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실제로 손 회장은 자신의 투자 전략과 대치된다는 이유로 미스라의 의견에 반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소프트뱅크 내부에서 미스라의 투자계획 발표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측은 손 회장과 미스라 간 어떠한 다툼이나 알력도 없다고 일축했다. 무바달라 측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