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측근 코언 폭로로 사면초가…북미회담 약될까, 독될까?

by방성훈 기자
2019.02.28 10:14:34

10년간 함께 일한 코언 “트럼프는 사기꾼” 직격탄
부쩍 예민해진 트럼프..북미회담 성과 집착할 가능성
외교적 승리 선언위해 ‘비핵화’ 대신 파격적인 양보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랜 개인 변호사로 일했던 마이클 코언이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오랜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일했던 마이클 코언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기꾼이다.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웠던 인물의 폭로여서 미국 정가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보다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방송 등 주요 언론사는 그의 청문회 증언을 생중계했고, 1면과 홈페이지 톱뉴스도 일제히 코언의 증언으로 도배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내년 재선 발판을 더욱 공고히 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어그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아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폭로를 불식시킬만한 결과가 더욱 절실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코언은 이날 미국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로 일하는 10년 동안 그의 지시로 수많은 협박과 거짓말을 행해왔다고 증언했다. 구체적으로 몇 차례나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략 500번쯤”이라고 답했다.

코언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7월 대통령 선거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을 준 위키리크스의 해킹 이메일 공개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캠프 관계자가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창업자와 통화를 가졌다며, 클린턴 후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이메일을 폭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직접 보고 들은 바를 토대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기간 중 모스크바 부동산 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얻은 것도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언은 또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에게 입막음용으로 그가 직접 돈을 전달했다며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Trump organization)’ 재무책임자 서명이 적힌 사본을 제시했다.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은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외에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및 분식회계 가능성을 언급했다.

코언은 이날 증언에 앞서 진행한 모두발언에서도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부끄럽다”면서 “그는 인종차별주의자이고 사기꾼, 부정행위자”라고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미국)가 아닌 자신의 브랜드를 위대하게 만들려고 대선에 출마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이끌 바램도 의도도 없다. 자신을 홍보하고 자산과 권력을 확대하길 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도중 코언의 폭로에 대한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전날 김 위원장과의 만찬에도 취재진 접근을 제한하는 등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코언은 다른 여러 변호사들 중의 한 명일 뿐”이라며 “다른 업무와 관련해 저지른 불법행위로 기소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감기간을 줄이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언의 폭로 시점이 오묘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과 겹친다. 정상회담 기간은 27~28일, 코언은 이날 개혁위 증언에 이어 28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원회에서도 증언도 예정돼 있다.

작심 폭로가 이어지고 있어 어떤 폭탄 발언이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코언은 이날 청문회에서 미국 맨하탄연방검찰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혐의 내용’과 관련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코언 사태가 북미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상황은 일단 김 위원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 언론에선 북미 정상회담보다 코언의 청문회 증언에 무게를 두고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김 위원장과의 줄다리기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귀국후 코언을 앞세운 민주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북미정상회담 내세울 만한 성과를 내놔야 한다.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도 북미회담 이벤트를 성공시켜야 하는 이유다.

외교적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비핵화’라는 결실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물밑에서 파격적인 양보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언의 폭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개최하는 기자회견에 이목이 쏠린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역전시킬 만한 회담 결과를 내놓을 것인지, 또 코언의 청문회 증언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뤄질지 등에 관심이 집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백악관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