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성곤 기자
2012.06.19 16:25:56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분단 현실을 체험하지 않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이 리더십을 가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21세기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이 있나요.”(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박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이 정면충돌했다. 대선 후보 경선 룰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대선 주자 대리인 사이 말싸움은 있었지만 차기 주자끼리 무대에 올라 상대방을 정조준한 것은 처음이다.
이 의원은 18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나라가 통일돼 평화로워진 후라면 몰라도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는 내용의 ‘여성 대통령 시기상조론’을 내세우며 박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도 “박 전 위원장은 (유신정권에 대해) 진지하게 참회하거나 반성한 적이 없는 유신통치의 장본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박 진영은 19일 이 의원의 발언에 발끈했다. 친박근혜계인 조원진 의원은 1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지율 1%도 안되는 (이재오) 후보가 40%를 넘는 (박근혜) 후보를 비하하는 게 정당 발전을 위해 필요한가”라며 “연세를 봐서 정신 줄을 놓을 나이가 아닌데”라고 맹비난했다.
박 위원장 역시 이날 의원총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21세기에도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나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의 불편한 관계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이 의원은 17대 총선 이후 박 전 위원장을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 역시 2007년 11월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이 의원의 정치적 언행과 관련, ‘오만의 극치’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18, 19대 총선에서는 서로에게 공천 학살의 책임을 지우며 격하게 대립한 바 있다.
박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의 정면충돌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선출 일정은 오리무중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 도입 등 경선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접점이 없다. 또 경선 시기도 현행 당헌·당규대로 8월 21일 치러질지 불투명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선 후보 경선의 정상적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 등 비박근혜계 주자의 경선 보이콧이 현실화되거나 대선 본선에서 박 전 위원장을 제외한 또다른 보수 진영의 후보가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경선 룰을 조속히 정하지 못하면 야권 후보에게 지지율 반등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정치혐오증 심화로 장외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며 “절충안을 만들어 경선 시기를 런던올림픽 이후로 늦추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