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 주가조작 재판 참관기

by송이라 기자
2011.07.22 17:19:49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피고인 유회원을 법정 구속하겠습니다."
 
소란스럽던 법정에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누구도 예기치 못한 결정이었다. 시종일관 눈을 감은 채 차분히 재판에 임하던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눈가도 심하게 흔들렸다. 지난 2008년 2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돼 넉달간 감옥생활을 했던 유 씨로선 악몽같은 상황이 재연된 것에 크게 낙심한 듯 했다.
 
지난 21일 오후 2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서관 505호 법정. 발디딜 틈 없이 모여든 사람들로 인해 재판정은 시장판을 연상케했다.
 
약 3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에서 서울 고법 형사 10부(조경란 부장판사)는 유 씨에 대해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을 결정했다. 아무리 형사사건이라고 하지만 결심공판이 아닌 상황에서 법정구속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재판부도 사안 자체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변호인의 날선 공방도 계속됐다. 손에 묵직한 봇짐을 들고 온 변호인단은 재판부 앞에서 30분 넘게 유 씨의 무죄를 주장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변호인단은 "당초 외환카드 감자 계획이 있었으나 당시 LG카드가 부도나면서 외환카드 주가가 하락해 감자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면서 허위로 감자설을 퍼뜨린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헐값에 인수하기 위해 고의로 감자설을 퍼뜨렸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실관계가 이미 확정된 사안인 만큼 유죄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합병 과정에서 정리해고된 전 외환카드 직원, 투기자본감시센터와 같은 시민단체, 외환은행(004940) 노조 등이 참관했다. 이들은 법원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유 씨의 변호를 맡은 이동명 변호사(전 의정부지법원장)를 향해 "이런게 전관예우 아니냐. 결국 다 짜고치는 것"이라며 변호인단을 거칠게 비난하기도 했다.
 
급기야 장화식 사무연맹 부위원장과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이 판사의 명령으로 퇴장당했다. 신성함의 상징인 법정은 3시간 내내 "나가세요"를 외치는 판사와 "죄인이 누군데 누구더러 나가래?"라며 맞서는 참관인들로 소란스러웠다.
 
유 씨의 법정구속이 결정된 직후 참관인석에서 박수가 나오자 재판부는 "박수 치지 마세요"라며 불호령을 내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1일과 18일 두차례 공판을 더 진행한 뒤 같은달 25일 결심공판을 열기로 했다. 따라서 결심공판 뒤 한달 정도면 이번 사건에 대한 고법의 최종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날 공판에서 론스타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지 않았다. 지난 1심 공판 당시 론스타와 외환은행 등 피고측은 임직원의 불법행위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법인도 함께 처벌받는다는 옛 증권거래법상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겠다고 했지만, 론스타는 빠진 채 외환은행만 제청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가급적 빨리 한국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언제 끝날지 모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포기한 것"이라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유죄가 확정되면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겠지만 사모펀드인 만큼 론스타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바꿔 장사하면 문제될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위헌법률심판의 진행사항을 유심히 지켜본 뒤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론스타의 머릿속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