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0.12.15 14:40:03
은행세 구체화 소식에 채권·원화값 급락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꼴"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은행세 부과에 대한 우려에 채권값과 원화값이 동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해 다시 과세하기로 결정한 이후 북한 연평도 사건이 터지면서 해외 자본유입에 대한 추가 규제안이 연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연내에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다 은행세 부과대상으로 단기외채 뿐만 아니라 장기외채, 원화부채까지도 거론되면서 리스크로 부각된 모습이다.
15일 오후 2시28분 현재 국채선물 12월물은 전일비 46틱 하락한 111.95를 기록중이다. 외국인이 대거 팔자에 나섰다. 이 시각 현재 외국인투자자들은 국채선물 8336계약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채권현물도 약세(채권금리 상승)다. 국고채 5년물 10-5호는 11.5bp 오른 4.185%를 기록중이고 10년 10-3호는 10bp 상승한 4.58%에 거래되고 있다. 장내거래에서 3년 만기 10-6호는 15bp 뛴 3.45%를 기록중이다.
달러-원 환율은 12.4원 오른 1152.8원을 기록중이다. 지난 1일 이후 보름만에 1150원대에 다시 올라선 것이다.
정부가 해외 자본유입을 규제하기 위해 곧 은행세 부과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에 채권과 원화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정부가 은행세를 단기 외채 뿐만 아니라 장기외채에까지 모두 물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연내 이같은 방침을 발표하고 내년 2월 임시국회에 관련 법안을 상정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서는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은행세 부과 얘기가 나오면서 외국인들이 국채선물 매도규모를 늘렸다"며 "최근 외국인들은 규제 우려 나올때 마다 상습적으로 매도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수출업체가 최근 네고 물량을 많이 내놓아 이날 매도세가 주춤했는데 거래가 많지 않은 얇은 장에서 자본 규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역외 매수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채권이나 원화값이 조정을 보일 때가 됐는데 은행세 부과가 트리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채권금리는 글로벌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3년물을 중심으로 나홀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과도했다는 인식이 높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수급 우려로 지난 7일 2.89%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를 갈아치웠다. 원화값 역시 지난달말 1150원대에서 이달 들어 1130원선에 머물면서 강세를 보여왔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세 부과는 우는 아이의 뺨을 때린 격"이라며 "최근 미국 경제지표 회복, 글로벌 국채금리의 강한 반등이 금리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은행세 역시 추가적인 금리상승 재료가 됐다"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단기 외채에 대한 은행세 부과방침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최근 금리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기 보다는 부수적 요인"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