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는 투자도 멈추게 한다?

by김세형 기자
2010.02.24 15:16:53

`연아 타임`에 증시 거래대금 20% ↓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12시52분> 이제 아사다 마오 나오네여~ 바로 다음이 김연아 입니다 ㅎㅎ

<12시59분> 아사다 마오가 무지 잘 했네여~

<13시00분> 아사다 마오 73.78 이나 받았네여~ 무지하게 높네여~ 올 시즌 최고 점수~

<13시03분> 김연아도 무지 잘하네여~

<13시07분> 김연아 점수가 아사다 마오보다 일단 더 높네여 ㅎㅎ 78.50! 대단합니다~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트를 타던 때 한 증권사 직원이 시간대별로 보낸 메시지다. 김연아가 피겨 쇼트 프로그램을 연기하던 시간 주식시장의 관심도 온통 밴쿠버에 쏠렸다.



이를 단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거래 규모. 김연아가 연기하던 때 전일보다 20% 가량 거래대금이 줄어들며 김연아의 힘을 실감케 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밴쿠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이 방영됐던 낮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3783억원으로 전일보다 26.3% 줄었다. 다만 거래량은 3589만주로 0.1% 가량 증가했다.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활발한 코스닥 시장은 거래량과 거래대금 모두 줄었다. 거래량은 14.8% 줄어든 7934만주, 거래대금은 2143억원으로 8% 감소했다. 양 시장을 합쳐 놓고 보면 거래대금은 20.6% 격감했다.

▲ 김연아가 쇼트 프로그램을 연기하던 시각 코스닥 거래량 추이. 1시부터 1시6분까지 거래량이 급감한 모습이 확연하다.

특히 김연아가 스케이트를 타던 낮 1시부터 1시6분까지의 증시 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거래량 추이를 나타내는 막대그래프가 푹 패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다. 다만 김연아의 소속사인 IB스포츠(011420)는 거래가 폭발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AGB닐슨의 시청률 집계 결과 김연아의 경기 중계 실시간 시청률은 서울 기준 33.7%, 점유율은 61.9%를 각각 기록했다. 이번 올림픽 중계에서 최고 점유율은 지난 21일 오후 1시11분부터 1시21분까지 중계된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이 기록한 56.1%였다. 당시 시청률은 31.9%였다. 이보다 더 많은 시청자들이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본 것.

결국 증권사 직원은 물론이고 투자자들도 증권 모니터를 본 게 아니라 TV나 인터넷 중계를 보고 있었던 셈이다. 김연아 선수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증권인들 역시 다른 이들에 못지 않았다.

김연아는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피겨스케이팅 프리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김연아가 쇼트에서 1위를 차지한 만큼 그 시각 증시 거래량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