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르게 K팝 트렌드를 읽는 사람…한터글로벌 곽영호 대표[인터뷰]
by김현식 기자
2023.09.07 14:07:15
K팝 대표 음악차트 한터차트 운영 한터글로벌 수장
초동 판매량 문화 글로벌 전파…음반 시장 성장에 기여
최근 ''국가별 차트'' 신설…"해외 공략에 도움될 지표"
상장 준비도 시작…"K컬쳐 아우르는 기업으로 발전" 포부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누구나 준비만 잘한다면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Cupid) 같은 글로벌 히트곡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한터차트 운영사인 주식회사 한터글로벌 곽영호 대표의 말이다. 곽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터글로벌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 자리에서 ‘국가별 차트’ 신설 계기에 대해 얘기하며 이 같이 밝혔다.
1993년 설립된 한터차트는 전 세계 1500여개 이상의 음반 판매점과 연계되어 있는 K팝 대표 음악 차트다. ‘음반’, ‘음원’, ‘소셜’, ‘글로벌’ 등 다양한 차트를 운영해온 한터차트는 이달 초 ‘국가별 차트’를 신설해 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국가별 차트’는 국가별 K팝 트렌드를 보여주는 차트다. 한터차트가 자체 집계하는 음반 판매량에 따른 ‘음반 지수’, 해외에서 소비되는 국가별 ‘음원 지수’ 및 ‘소셜 데이터’ 등을 토대로 순위를 매긴다. 국내 음악 차트가 ‘국가별 차트’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중이다.
곽 대표는 “그동안 업계 관계자들과 전 세계 팬들의 니즈가 꾸준히 있었다”며 “자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궤도에 오른 만큼 유의미한 순위를 발표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차트를 신설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전 세계 K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및 분석해 ‘국가별 차트’를 운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8월 5주차 국가별 차트 1위 아티스트(사진=한터글로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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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베타 단계라 미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의 순위만 공개하고 있다. 곽 대표는 “향후 순위 운영 국가를 10개국 이상으로 늘리고 세부 데이터 열람 또한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K팝 주요 소비국들에서 어떤 아티스트가 성장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차트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곽 대표는 ‘글로벌화’를 K팝 시장의 여전한 화두로 꼽으면서 ‘국가별 차트’가 기획사들이 아티스트 성장 전략을 한층 더 고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표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인터뷰 도중 ‘큐피드’로 빌보드 핫100 진입에 성공하며 ‘중소 기획사의 기적’을 쏘아 올렸던 피프티 피프티를 언급한 이유다.
“국가별로 다른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아티스트를 효과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 K팝 주요 소비국의 데이터를 객관화해 볼 수 있는 ‘국가별 차트’가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고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음악을 설계하고 피칭해 팬덤을 모을 것인가’에 대한 뾰족한 전략을 수립한다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 중소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팝 팬들은 전 세계 유일의 실시간 음반 차트인 한터차트를 보며 각 아티스트의 ‘초동 판매량’(음반 발매 후 일주일간의 판매량)을 확인한다. 곽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초동 인증패’ 제도를 도입하는 등 초동 판매량 데이터를 활용해 아티스트의 성과를 알릴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 제작 및 배포에도 힘 썼다.
결과적으로 최근 몇 년간 초동 판매량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K팝 팬들이 향유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악재 속에도 음반 시장이 역대급 호황기를 맞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곽 대표는 “지지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구매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K팝 소비국이 늘어났다.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유의미한 지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럭키한 일이라고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이젠 우리가 보답을 해줘야 할 때라는 생각도 든다.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밝혔다.
곽 대표는 K팝 음반 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다만 그는 “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의 C팝이 올라오는 추세”라면서 “이 같은 흐름을 견제하면서 지금의 성장세가 안정화되려면 조금 더 임팩트 있는 인사이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곽 대표는 “‘국가별 차트’가 촘촘한 기획과 계획을 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곽 대표는 2016년 말 한터차트에 합류하기 전 주로 스포츠 IT 분야 SI(system integration) 기업에서 일했다. 그는 “K팝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이었는데 이젠 ‘누구보다 빠르게 K팝 트렌드를 읽는 사람’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역사성’, ‘상징성’, ‘전문성’, ‘확장성’을 키워드로 두고 한터차트의 발전 방향성을 고민했어요. 그에 맞춰 한터글로벌을 세운 뒤 차트 시스템 개편 및 고도화, 해외 지사 설립(멕시코, 칠레, 베트남, 일본, 중국 등 5개국), 한터뉴스 론칭, 팬 플랫폼 후즈팬 론칭, 후즈팬 카페 오픈 등을 부지런하게 추진해나갔고요. 혹자들은 스타트업이 너무 많은 사업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사업을 다각화하고 고도화하면서 맞지 않는 것들을 빠르게 털어내고 우리에게 맞는 명확한 방향성을 찾은 게 성장비결이었다고 생각해요.”
|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사진=한터글로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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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아기 유니콘 선정, 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상, 플랫폼 사용자 1500만명(차트, 뉴스, 후즈팬 총합) 돌파, 한터뮤직어워즈 개최. 곽 대표가 한터차트를 이끌면서 이뤄낸 눈부신 성과들이다. 곽 대표는 “대표직을 맡기 전 매출액이 1억 원대였는데 작년엔 184억 원이었고 올해는 250억 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빠르면 내년 하반기쯤 상장을 목표로 잡고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한터글로벌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K팝은 우리에게 코어일 뿐이다.” 곽 대표의 장기적인 목표는 한터글로벌을 K팝을 넘어 K컬쳐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는 “‘젠지’와 ‘알파’ 세대가 우리의 미래 고객”이라며 “K팝뿐만 아니라 투어, 푸드, 교육,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터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여러 관련 기업들이 우리 회사를 앞다퉈 찾아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곽 대표는 “K팝을 비롯한 K콘텐츠가 글로벌을 강타하고 있지만, 정작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에 콘텐츠가 종속되어 있는 상황이 아쉽게 느껴진다”면서 K컬쳐 허브 역할을 할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