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전력공급 어쩌나…1차 전력망 혁신 TF 개최
by김형욱 기자
2023.04.14 14:56:03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 계획 수립 위한 논의
동해·호남 생산 전력 수도권 송전망 확충 모색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력 관련 정부·기관 관계자가 경기도 용인에 조성키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 등 전력 공급 방안 등 전력망 현안을 논의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이날 서울 석탄회관에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전력거래소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전력망 혁신 태스크포스(TF) 제1차 회의를 열었다.
| 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이 14일 서울 석탄회관에서 열린전력망 혁신 태스크포스(TF)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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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력계통(전력망) 안정 운영은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이전까진 대규모 석탄·가스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에서 일정하게 만들어지는 전기를 송·변·배전망을 통해 수요기업·가정에 보내는 방식이었는데,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중립이란 전 세계적 목표 아래 석탄·가스 화력발전 비중이 줄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 발전은 각각의 설비 생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생산량도 날씨에 따라 달라져서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까다롭다. 전기는 대량으로 저장하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생산량 자체가 일정치 않기 때문이다. 전기 안정 공급을 위해선 물의 고저차를 이용한 양수발전이나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확충이 필수이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
더욱이 대형 송전선로 등 송·배전 설비에 대한 주민 수용성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정부는 전력 수요처에서 전력을 만드는 분산에너지 확산을 유도하고 있으나, 반도체나 데이터센터 같은 전력 다소비 시설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이곳에선 발전량 확대가 쉽지 않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한국 반도체 산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고자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 시스템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구축기로 했는데, 전력 당국으로선 이곳에 대량의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만만찮은 과제가 추가된 것이다.
국내 전력 송·배전설비 운영과 판매를 도맡고 있는 공기업 한전의 재무위기 상황도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한전은 국제 발전 연료비 급등으로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송·배전설비 확충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한전의 재무상황이 나아지려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데, 당정은 민생 어려움 등을 이유로 이를 보류한 상황이다.
|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7월부터 홈페이지에 공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위한 송전망 접속 여유 정보. (이미지=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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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는 이 같은 어려움을 풀고자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해 온 재생에너지-전력계통 TF를 이날 전력망 혁신 TF로 확대 개편해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신·재생 발전 비중 확대에 대한 대책과 함께 수도권 전력 공급 확대 방안까지 모색기로 한 것이다. 산업부는 이곳 논의 내용을 토대로 올 초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하고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전력망 혁신 TF는 이날 회의에서 원전과 신·재생 발전 설비가 집중해 있어 전력 생산량이 많은 호남권 지역의 남는 전력을 수도권에 보내기 위한 송·변전설비 보강 계획을 논의했다. 현재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는 신옥천~세종, 청양~신탕정 2개뿐이다.
또 동해안 지역 화력발전소 생산 전력을 제때 수도권에 공급한다는 목표로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차질 없이 건설키로 했다. 전력당국은 2025년 6월 1단계, 2026년 6월 2단계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천영길 실장은 “전력망 보강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나지만 한전의 재무상황과 (전력계통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등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조만간 그 동안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 송·변전설비 건설이 제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