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에 문제 생겼나? 소총 들고 우크라 마트 터는 러시아군

by송혜수 기자
2022.03.02 11:37:09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슈퍼마켓과 은행 등 민간 시설에서 약탈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트위터 Liveuamap 캡처)
침공 나흘째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각) 크림반도에서부터 북상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를 장악, 은행 등 민간 시설을 공격하고 약탈을 벌였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헤르손주 카호프카시의 한 은행을 털었다”라고 전했다. 은행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금고를 통째로 들고 나가는 러시아군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을 전하는 트위터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북동부 하리코프의 한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는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마트 주인이 폐쇄회로(CC)TV에 담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영상에서 군복을 입은 이들은 소총을 휴대한 채 마트의 진열대와 계산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물건을 집었다.

또 다른 영상에는 러시아군으로 보이는 이들이 식료품으로 추정되는 물품을 가득 담은 봉투를 들고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마트 카트를 이용해 물건을 옮기기도 했다.

(영상=트위터 Visegrad24 캡처)
이를 두고 미국 타임지는 28일 “러시아는 뛰어난 군사력에도 우크라이나 영공을 통제하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의 결사 항전 분위기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해변 마을 베르디얀스크에서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광장에 모여 러시아군에 맞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며 우크라이나 국가를 불렀다. 마을 사람들은 러시아군을 ‘지친 젊은 징집병’이라고 묘사했다.

이 마을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콘스탄틴 말롤레카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굶주려 있다”며 “그들이 슈퍼마켓에 들어가 고기 통조림, 보드카, 담배를 훔쳤다”라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군은 가게에서 바로 식사를 했다”라며 “최근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 않은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으로 예상보다 전투가 길어지면서 러시아군 보급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보당국은 가디언을 통해 “군수 운반 실패와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좌절시켰다”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은 대부분 전선에서 뒤로 물러났다”며 “보급 물품을 수송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다만 미국 정보당국과 국방부 관리들은 이 같은 상황이 도리어 우크라이나에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리라 우려했다. 병사들의 더딘 진격에 실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격 강도를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한 고위 관리는 CNN에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향한 더딘 진격에 실망해 전술 재평가를 하면서 더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날 러시아군의 하리코프 주거지역 포격으로 8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또 하리코프 주 정부 청사 포격에서도 10명이 숨지고, 10명은 건물 잔해에서 구조됐다고 관리들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