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실험데이터 속인 대웅제약에 특허 무효·검찰 수사 의뢰

by박진환 기자
2021.04.29 11:00:00

특허 명세서상 성공데이터 건수 및 세부수치 조작 혐의
심사관 직권 무효심판 청구…특허법 위반 검찰에 수사의뢰

대웅제약 특허의 제약성분(비스무트) 입도 수치의 실험 데이터 조작 의심 내용.
그래픽=특허청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웅제약이 중요한 실험 데이터를 속여 특허를 받은 혐의로 특허 취소와 함께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특허청은 ㈜대웅제약이 출원한 ‘위장질환 치료용 의약 조성물’ 특허에 대해 심사관 직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하고, 특허법상 거짓행위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고 29일 밝혔다.

우선 특허청 담당심사관은 ㈜대웅제약에서 약리효과에 대한 실험 데이터 대부분을 조작한 것으로 판단, 약품 관련 특허에 필수적인 실험 데이터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지난 28일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이 건에 대해 신속심판으로 조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무효심판 처리기간은 일반심판의 경우 평균 9개월 내외가 소요되지만 신속심판은 평균 5개월 내외가 걸린다. 또 특허청은 특허법상 거짓행위 혐의로 같은날 검찰에 수사의뢰도 요청했다. 이는 대웅제약이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특허를 받고, 조작한 데이터를 진실한 것으로 진술해 특허 무효가 아니라는 심결을 받았다고 의심되는 행위에 대해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하기로 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데이터를 조작해 특허를 취득한 후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의심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 대웅제약에 시정조치와 함께 23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공정위는 식약처 생동성실험(신청한 약의 생물학적 작용이 기존약과 동일한지 실험하는 것) 데이터 조사 결과, 특허 명세서상 성공데이터 건수를 1건에서 3건으로 늘리고, 세부수치도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허청과 공정위는 특허 관련 사건 처리 시 일관성 확보를 위해 사전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특허청은 이번 사건과 같이 중요한 실험 데이터 등을 속여 거짓으로 특허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행위에 대해 특허 제도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엄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IP 금융 확대, 징벌배상 도입 등으로 특허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하면서 공정한 특허 제도의 정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특허청은 서류를 속여 부당하게 특허를 받는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는 등 적극행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웅제약은 2016년 1월 위장질환 치료용 의약 조성물 특허를 출원한 뒤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 위염, 역류성식도염 등 치료제로 ‘알비스D’를 출시·판매하다 현재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