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1565억원 빚내 또 호텔 건립…병사들에겐 그림의 떡

by김관용 기자
2017.10.19 10:59:45

육군 '용사의 집' 재건축 추진
최근 5년 병사들 軍 휴양시설 이용률 1.2%
건립비로 풋살 경기장 1043개 건립 가능한데
"간부 위한 호텔 사업, 군인복지기금 거덜날 판"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병사들의 군 휴양시설 이용률이 1.2% 불과한데, 육군이 병사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1565억원 규모의 ‘호화 호텔’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육군이 추진하고 있는 4성급 호텔 사업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은 간부 전용 시설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19일 공개한 ‘최근 5년간 휴양시설, 복지시설 간부·병 이용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군 휴양시설을 이용한 13만여명의 군인 중 병사는 3202명으로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치 병사 이용률을 종합하면 연평균 1600명 수준인 1.2%에 불과하다.

육군이 지상30층 지하 7층 규모로 재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용사의 집은 전체 160개의 객실 중 3개층 45개 객실을 병사 전용시설로 만들고 1개 층은 PC방, 북카페 등으로 꾸며 병사들만 이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예식장, 컨벤션홀, 연회장 등 모든 시설에 대한 예약 우선권도 병사에게 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군 복지시설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같은 계획은 호화 간부전용 시설을 만든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병사가 복무 중 군 복지시설 내 예식장을 이용했으며, 컨벤션 홀이나 연회장을 예약할 병사가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며 “용사의 집 총사업비는 장병 선호도가 높은 복지시설인 풋살경기장 1043개 정도를 건립할 수 있는 큰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육군은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비를 은행 대출로 마련해 완공 후 12년간 운영수익으로 변제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수익이 나지 않아 상환 목표기한을 5년 이상 초과할 경우 군인복지기금으로 갚기로 했다. 육군은 2014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용사의집 재건립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매년 350억원 정도의 매출을 통해 130~150억원씩 상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다른 군 복지시설 수익현황을 고려하면 이 정도 규모 수익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육·해·공군 회관, 국방컨벤션, 계룡스파텔 등 다른 군 복지시설도 운영경비를 제외한 평균 순이익이 3.3억원 정도다. 2016년 군 복지시설 순이익을 모두 합치면 2억원 적자가 나는 열악한 상황이다. 군 복지시설은 고수익보다 장병들에게 시설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기 때문에 운영유지비, 인건비 등 각종 지출이 총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큰 이익을 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2016년도 결산을 기준으로 군인복지기금 수익 959억원 중 간부가 54.5%를, 병사가 45.5%를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1994년부터 23년간 간부와 병사가 비슷한 비율로 기여해 형성된 군인복지기금 복지계정 여유자금은 3155억원으로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비는 전체 여유자금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김 의원은 용사의 집 재건립 필요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2014년 건립해 각종 안보 관련 행사가 열리는 국방컨벤션은 용사의 집 부지에서 불과 2km도 떨어진 위치에 있다. 또 서울 내에 숙박과 행사가 가능한 육·해·공군 회관이 있어 장병복지를 위한 시설확충이 필요성이 낮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미 서울 내 군 복지시설이 포화상태라 시설 건립 필요성이 크지 않고 다른 군 복지시설에 비해 과도한 사업비가 투자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호화 호텔사업이나 고급 골프장에 투자하는 군인복지기금을 더 효율적인 장병복지분야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