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17.08.11 11:37:56
대북리스크 전부터 외국인은 차익실현 순매도 보여
대형IT에만 80% 가량 집중 매도..금융 등 경기민감업종은 매수
안전자산 선호 일변도 아냐..위안화는 강세 흐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과 북한의 강대강(强對强) 대치가 연일 계속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이 코스피시장에서 8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오다 최근 3주간 2조700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내다팔면서 북한리스크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단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외국인 매도는 삼성전자(005930) 등 대형IT주(株) 차익실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경기 회복에 따른 포지션 변경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지난달 24일 이후 3주간(8월 10일까지) 2조7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하고 있다. 이중 80%가 넘는 2조2000억원이 삼성전자(005930), 삼성전자우(005935)선주, SK하이닉스(000660)에 집중됐다.
내국인보다 북한 리스크에 더 민감한 외국인이 북한과 미국의 대치로 전쟁 위협 등을 느껴 주식을 순매도한 것이라면 왜 IT업종을 대거 매도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선 농담 삼아 전쟁이 나면 공급이 타이트한 반도체 품귀가 더 심해질텐데 전쟁이 걱정돼 반도체를 파는 것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며 “대북 리스크로 외국인 매도가 나온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팔기 시작했던 시점은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넘어선 지난 달 중순부터다. 주간 단위로 볼 때 외국인은 7월17일~21일부터 삼성전자를 본격적으로 내다팔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같은 달 20일 256만6000원으로 올라 신고점을 기록했는데 그 전후로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것. 그 전주까지는 매수세력이 더 우위였다. 즉 차익실현 욕구가 있었던 차에 북한 리스크가 불을 붙였단 얘기다. 박 연구원은 최근 시장 하락에 대해 “8개월 연속 별다른 조정이 없었기 때문에 차익실현 욕구가 커져있던 상황에서 대북리스크가 가세하면서 원화가 약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7개월 연속 순매수할 경우 26% 이상의 수익률을 얻으면 차익실현 욕구가 커져왔다”며 “현재 7개월 이상 연속 순매수로 환차익과 코스피 상승분을 감안하면 7개월 전대비 27%의 수익률을 얻었단 점에서 차익실현이 나타날 시점”이라고 해석했다.
3주간 2조7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이 기간 사들인 종목 리스트를 봐도 다소 의외다. 전쟁 위협을 느꼈다면 방산주를 사들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외국인은 계속 순매수했던 은행 등의 금융주나 철강, 화학 등 경기민감업종을 사들였다. 또 엔씨소프트(036570), 호텔신라(008770)와 같은 값싼 내수주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실제 외국인은 이 기간 동안 엔씨소프트(036570)를 1190억원 가량 사들였고 호텔신라(008770)도 960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의 흥행에도 실적 악화 우려에 지난달말 35만원 아래로 하락해 저평가됐단 지적이 많았던 종목이다. 한국전력(015760)도 850억원 사들였다. 우리은행(000030), 기업은행(024110), 신한지주(055550)도 각각 1130억원, 510억원, 490억원 어치 사들이는 등 상반기 내내 급등했던 금융주도 꾸준히 매입했다. 고려아연(010130), POSCO(005490) 등의 철강주와 롯데케미칼(011170), LG화학(051910) 등 화학주를 매입한 부분도 눈에 띈다.
박 연구원은 “금리와 물가, 경기 회복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다”며 “모멘텀을 팔고 인플레이션을 사는 적극적인 포지션 변경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에 따른 경기민감업종으로 외국인의 투자 방향이 전환되고 있단 설명이다.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엔화와 금값 등 안전자산이 오르고 있으나 안전자산 일변도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0일 66으로 급등했으나 지난해 2월 설 연휴 기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70선대 중후반)보다 낮은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이 가리키는 것은 대북리스크가 예년 수준의 위험 정도란 설명이다. 또 북한 우방국인 중국의 경우 위안화 가치가 오히려 강세흐름을 보이고 있다. 5월말까지만 해도 위안화는 1달러당 6.9위안에 불과했으나 10일 6.65 수준으로 상승했다. 대북리스크 고조에도 달러 약세와 중국의 자본유출 통제 및 경기 안정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화의 추가 약세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있지만 글로벌 경기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원화의 약세 되돌림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점쳤다. 이달말 잭슨홀 미팅에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발언 등이 나올 경우 유로화 강세, 달러화 약세 압력에 달러대비 원화의 완만한 강세흐름이 예견된단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