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독주 견제?‥애플-마이크론 밀월說

by김정남 기자
2012.05.16 16:02:10

(종합)올 1분기 삼성 점유율 17%포인트 급등한 70.3%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성장 덩달아 호황
대만 디지타임스 "애플이 엘피다 물량 대량구매"
애플·마이크론 밀월설..향후 판도 변수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D램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경쟁사들이 일제히 위세가 떨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만 나홀로 상승세다.

다만 애플이 일본의 D램업체인 엘피다에 모바일 D램을 대량으로 주문했다는 루머가 제기되고 있어, 향후 시장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1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005930)는 전 세계 모바일 D램 시장에서 70.3%의 점유율을 기록, 지난해 4분기(53.5%) 대비 무려 16.8%포인트 올랐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모바일 D램 시장 점유율 (출처=D램익스체인지)
같은 기간 매출액도 두 배에 가까운 81.8%가량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5억5800만달러(약1조8000억원)로, 전기(약 940억원)보다 크게 성장했다. 불황 탓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전체 매출은 15% 가까이 감소했지만, 모바일 D램은 급성장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20%포인트 가까이 올라가자 경쟁사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SK하이닉스(000660)는 올해 1분기 1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20.7%)와 비교해 5.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일본 엘피다(16.9%→8.8%), 미국 마이크론(7.3%→4%), 대만 윈본드(1.7%→1.3%) 등도 일제히 점유율이 떨어졌다.

삼성 모바일 D램의 이 같은 급성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확실한 수요처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70% 이상을 책임졌던 휴대폰 사업의 수혜를 모바일 반도체 사업이 그대로 입은 것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 모바일 D램 매출의 최소 30% 이상은 갤럭시 스마트폰의 몫"이라면서 "완제품과 부품 사업을 함께 하는 시너지의 전형적인 예"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을 앞으로도 더욱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역시 최근 한 행사에서 "모바일 반도체가 표준화된 제품이기는 하지만 혁신이 가능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모바일 반도체에 집중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엘피다가 애플로부터 생산량의 50%에 달하는 대규모 모바일 D램을 주문받았다는 디지타임스의 보도는 향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만의 IT전문지인 디지타임스는 엘피다 인수가 유력한 마이크론이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분기 엘피다와 마이크론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12.8% 수준이다. 여기에 애플 물량까지 더하면 SK하이닉스(15%)는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의 물량은 마냥 무시할 수 없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애플이 SK하이닉스 물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 비중을 낮추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삼성전자의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애플 구매 축소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디지타임스 보도의 사실 여부가 불분명하고 확인되지도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만약 마이크론이 애플을 등에 업는다면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