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깨 집산 영끌족 ‘급증’…주택시장 불황인데 왜
by강신우 기자
2024.12.16 12:00:00
통계청 ‘2023년 퇴직연금통계 결과’ 발표
퇴직연금 중도인출자 전년比 28.1% 증가
주택구입 목적 최다…30·40대 46% 급증
“주택시장 불황 생애 첫 집 구매자엔
‘매수 타이밍’, 퇴직금까지 ‘영끌’매수”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지난해 퇴직연금을 깨 주택을 사들인 30·40대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였던 시기지만 집값이 떨어지면서 생애 첫 집을 구하려는 이들에게는 매수 타이밍으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통계 결과’에 따르면 작년 퇴직연금 중도인출자는 6만 4000명으로 전년 대비 28.1% 증가했다. 인출 금액은 같은 기간 1조7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40% 크게 늘었다.
중도인출 사유(인원 기준)로는 주택 구입이 52.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주거 임차(27.5%), 회상 절차(13.6%)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는 주거 임차, 나머지 연령대는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인출이 가장 많았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을 깬 인원은 3만3612명으로 전년(2만3225명)에 비해 44.72% 급증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1만553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1만1312명), 50대(4645명), 20대 이하(1441명), 60대 이상(675명) 순이다. 퇴직 연금은 무주택자에 한해 중도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애 최초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30·40대 비중이 세대 구성비의 79.9%를 차지해 가장 컸다.
이 세대의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2만6851명으로 전년(1만8386명)과 비교하면 46.0%나 늘었다.
퇴직연금 중도인출 사유로는 △무주택자 가입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무주택자 가입자가 주거를 목적으로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6개월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본인 또는 부양가족의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요양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등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작년에도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았지만, 금리가 워낙 높다보니 시중에서 대출 구하기 어려운 경우 퇴직연금 활용한 케이스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가 차주(개인)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시작한데다 스트레스 DSR를 도입하면서 대출을 옥죈데다 4~5%대의 고금리로 시중 은행권을 통한 주택구입 자금 마련이 쉽지 않자 퇴직연금 중도인출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선호하던 매물이 매입 가능한 수준의 가격까지 내려오면서 생애 첫 집 구매 희망자는 ‘매수 타이밍’이 됐고, 여기에 DSR 규제 등 대출한도가 제한되면서 퇴직연금 중도 인출까지 이른바 ‘영끌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작년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381조원으로 전년(335조원) 대비 13.9% 증가했다. 제도유형별 구성비는 확정급여형(53.7%), 확정기여형(25.9%), 개인형 퇴직연금(20.0%) 순이며 전년 대비 개인형 퇴직연금 구성비는 2.6%p(포인트)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증가 배경에 대해 “정부가 작년 IRP 세액공제 한도를 기존 연간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