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포비아’로도 못 막은 尹탄핵…국민의힘 내분 본격 점화 [尹 탄핵소추]

by조용석 기자
2024.12.14 20:09:43

14일 탄핵표결, 與 최소 12명 최대 23명 이탈
“이재명 대통령 절대 안돼” 2차 탄핵 때는 효과없어
朴 탄핵 당시 비박은 바른정당 창당…친한계 어려워
“친윤-친한 당내서 이전투구 이어갈 가능성 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포비아’를 앞세워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에 나섰지만 끝내 단일 대오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 당론에 반기를 든 여당 내 이탈표가 최대 23표로 추정되는 가운데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 등 당내 계파싸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국회는 1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실시, 재적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했다. 탄핵안은 재적의원(300명) 중 3분의2인 200명 이상 찬성해야 가결된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14일 오전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의원총회가 열리는 예결위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직전 7일 1차 탄핵소추안에는 195명만 표결에 참여, 의결 정족수 부족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끝났다.

여당 내 이탈표는 최소 12표 최대 23표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의 192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찬성 204표가 나오기 위해서는 여당 의원 중 최소 12명이 당론 반대를 깨고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기권 3표 및 무효 8표까지 포함하면 여당 내 최대 23표가 이탈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1차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국민의힘이 그나마 단일대오를 유지해 표결에 불참했던 이유는 이른바 ‘이재명 포비아’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탄핵 된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권을 잡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 의원들이 22대 국회 개원 이후 내내 거대야당의 폭주에 시달린 만큼 효과가 있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차 표결이 진행된 14일 오전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탄핵을 반대하는 것은)윤석열 대통령 개인을 지키려고 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체제, 미래와 후손들을 지키기 위해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완장 찬 의회 폭거세력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22대 국회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 입법 폭주, 탄핵 폭주, 예산안 폭주로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얼마나 교란시켜왔나”라고 자극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계엄사태 이후로도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직무를 이어가고 주요 인사를 강제 구금하는 계획을 세운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친한계 및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탄핵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앞서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태호 의원을 찍은 34명의 친윤 또는 비윤(비윤석열) 의원들이 탄핵에 참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가결 이후 친윤-친한을 중심으로 한 당내 내분도 격화할 전망이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탄핵 직후 자신의 SNS에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탄핵이라는 지옥문이 다시 열렸다”며 “탄핵을 찬성하고 나서면 자기만은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 착각하는 우리 당 소속 몇몇 의원님들이 안타깝다”고 썼다. 친한계를 저격하는 글로 해석된다.

아울러 한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친한계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탄핵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요구가 거셌다.

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다들 격앙돼 있고 저에 대해서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다만 저는 지금 이 심각한 불법적 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대표 사퇴설에 대해서는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분당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시에는 비박(비박근혜)계는 현재 친한계보다 규모가 컸기에 탄핵 사태 후 31명이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현재 친한계는 이보다 규모가 훨씬 적어 최대 20명 정도로 추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동훈 대표나 친한계 모두 현 상태로 당밖으로 나가면 영향력만 적어지는 등 손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친윤-친한 모두 당내에서 다툼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