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1분기 가계 실질소득, 7년 만에 최대폭 감소

by이지은 기자
2024.05.23 12:00:00

통계청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 1.6%↓…3년 만 감소 전환
소비지출 3% 늘어…과일 18.7%·채소 10.1% 급등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올해 1분기(1~3월) 가계소득이 3개 분기 연속 증가했으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 과일, 채소 등 가격 강세가 이끈 고물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먹거리 물가 고공행진에 소비지출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상품별로는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10.6% 상승했다. 축산물(0.3%), 수산물(0.4%)은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농산물(20.3%)이 큰 폭으로 뛴 탓이다.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소득(1인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은 512만 2000원으로 1년 전(505만 4000원)보다 1.4% 늘었다. 가계소득은 지난해 2분기 0.8% 감소한 뒤로 3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소득 항목별로 보면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은 329만 1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1% 감소했다. 특히 소득 5분위 가구를 중심으로 크게 줄었는데, 주요 대기업에서 상여금을 줄이거나 없앤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사업소득은 8.9% 늘어난 87만 5000원으로 임대·농업소득 증대에 힘입어 2분기 연속 증가했다. 이전소득은 81만 8000원으로 5.8% 늘었는데, 연금 수급자의 수급액 증가와 부모급여 확대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 2021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한 것으로, 2017년 1분기(-2.5%) 이후 7년 만에 최대 폭 감소다. 실질 근로소득은 3.9% 감소해 2006년 관련 통계에 1인 가구가 포함된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낮았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 8000원으로 전년 동분기보다 3.0% 증가했다. 비목별로 보면 과일(18.7%) 및 채소(10.1%) 등의 가격 강세로 인해 식료품·비주류음료에서 7.2%로 뛰어올랐고,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음식·숙박(5.8%)과 오락·문화(9.7%)에서도 오름폭이 컸다. 다만 물가 상승률도 3%라 실질소비지출은 보합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7.4%)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동향수지과장은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실질 소득이 감소한 건 물가가 올라서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지출의 명목지표와 실질지표 사이 차이가 큰 것도 물가 상승의 영향 때문에 실질지표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404만 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차감한 흑자액은 113만 8000원으로 2.6%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1.2%포인트 상승한 71.9%로 집계됐다. 7분기 연속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웃돌면서 평균소비성향도 7분기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자료=통계청)
소득 분위별로는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7.6%로 가장 높았던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 가구는 소득이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지출은 1분위와 5분위 모두 소폭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소득 5분위배율이 지난해 1분기 6.45배에서 올해 1분기 5.98배로 하락한 것을 근거로 소득 분배가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분배가 지속 개선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한편, 경기회복세를 체감할 수 있도록 물가 등 민생안정에 총력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