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대응 출격했다 추락한 KA-1…정비불량·조종 미흡 때문

by김관용 기자
2023.03.30 11:37:51

공군, 작년 12월26일 발생한 KA-1 사고 조사 결과 발표
창정비시 부품 불량 장착으로 엔진 비정상적 작동
엔진 안꺼졌는데도 조종사 오판, 급격히 조작하다 추락
공군, 정비사·조종사 및 지휘관 등 문책위 회부 예정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해 12월 북한 무인기 대응을 위해 긴급 출격했다 추락한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의 사고 원인은 정비 불량과 조종사의 부적절한 조치 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은 30일 “엔진 연료 조절 장치에 대한 창정비 작업 절차 미준수로 인한 엔진 이상 현상과 조종사의 상황 판단 및 처치 조작 미흡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 항공기는 2022년 12월 26일 11시 38분께 원주기지를 이륙했다. 조종사는 이륙 직후 엔진 출력의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비상착륙을 하기 위해 기지로 회항했다. 하지만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조종사 2명은 민가가 없는 쪽으로 기수를 돌린 후 11시 39분 고도 410피트(약 125m) 강하각 27도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비상탈출을 실시했다. 사고기는 비상탈출 1초 후 지면과 충돌했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KA-1 항공기들이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군)
공군의 사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륙 직후 엔진의 연료량을 공급하는 연료조절장치의 이상으로 엔진이 비정상 작동된 것을 조종사는 엔진이 정지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른 비상처치를 하던 도중 급격하게 조종간을 조작하는 등 조종 미숙으로 항공기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지 못하고 항공기의 고도와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자 비상탈출을 결심했다.



하지만 엔진은 추락할 때까지 가동되고 있었다. 엔진정지 상황을 알려주는 경고등과 주의등도 모두 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조종사가 정확히 판단해 강하각을 5도 이내로 유지했더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엔진 출력의 이상 현상의 원인은 2021년 5월 창정비에서 연료조절장치를 담당한 정비사가 정해진 정비 절차를 잘못 적용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정비사는 연료공급량을 조절하는 부품 중 하나인 ‘테플론 튜브’(Teflon Tube)를 바르게 장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엔진 연료공급이 일정하게 이뤄지지 않아 엔진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설명이다.

공군은 “사고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고기 조종사와 관련 정비사, 지휘책임자 등 사고 관련자를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전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사고조사 결과를 교육하고, 엔진 이상 발생 시 비상처치 절차와 비상착륙 절차 등을 재강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공군은 동일 엔진을 장착한 KA-1과 KT-1의 모든 연료조절장치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31일 점검이 완료된 항공기부터 단계적으로 비행을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