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연금개혁 강행…불신임투표·대규모시위 허들 넘나
by박종화 기자
2023.03.20 13:31:30
하원, 20일 내각 불신임 투표…가결 가능성 작아
연금개혁 강행 이후 반대 시위대 500여명 체포
마크롱 "연금개혁, 민주적 마무리 되길" 성명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강행하면서 프랑스가 분열하고 있다. 연금개혁 반대집회는 갈수록 거세지고 의회는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마크롱 정부는 ‘개혁 중단’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 18일 프랑스 낭트에서 진행된 연금개혁 반대 시위.(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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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20일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위해 발동한 긴급법률제정권(하원 표결 없이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법률을 제·개정할 수 있는 권리)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하원에서 불신임 결의안이 의결되면 긴급법률제정권은 효력을 잃고 총리 등 내각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긴급법률제정권을 발동,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연금개혁을 강행했다. 현재 62세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는 게 연금개혁안 핵심이다. 연금 상한액을 수령하는 데 필요한 근로 기간도 42년 이상에서 43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고령화와 조기 퇴직으로 인한 연금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한 조치다. 프랑스 연금계획위원회는 현행 연금제도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10년간 매년 100억유로(약 13조원)씩 연금 적자가 발생한다고 지난해 경고했다.
좌파 진영과 극우 진영에서 오히려 정년을 낮춰야 한다며 연금개혁 강행에 반발했다. 중도우파 야당 민주독립연합 소속 샤를 드 쿠르종 의원은 “(연금개혁 강행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르몽드에 말했다.
다만 불신임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연금개혁에 우호적인 우파 야당 공화당이 불신임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권 의석(250석)과 공화당 의석(61석)을 더하면 불신임 결의안 저지에 필요한 원내 과반(289석)을 넘어선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도 격화하고 있다. 연금개혁 강행 이후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연일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연금 개혁으로 노동 기간이 길어진 청년층과 장기간 근로에 불리한 육체 노동자, 경력 단절 여성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특히 크다.
19일만 해도 파리 곳곳에서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구축하고 경찰과 맞섰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이들을 해산하려 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연금개혁 강행 이후 사흘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대 540명이 체포됐다.
프랑스 노동계는 23일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9차 총파업을 단행하기로 했다. 정유업계나 청소노동자 등은 이미 자체적으로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의 필립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정부가 64세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한 우리는 시위를 계속해야 한다”고 현지 BFM 방송에 말했다.
시위가 거세질수록 마크롱 정부도 정치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19일 Ifop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8%로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외신은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마크롱 정부를 정치적 위기에 몰아넣었던 2018년 노란 조끼 시위(유류세 인상 반대 시위)처럼 대형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아직 단호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연금 개혁이) 모두를 향한 존중을 통해 민주적으로 마무리 되길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일간지 르파리지앵과 한 인터뷰에서 “연금개혁이 정부를 무너뜨리고 정치적 무질서를 만들 만한 사안인가. 분명 아니다”며 “모두가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연금개혁 반대 진영을 공격했다. 프랑스24 방송은 마크롱 대통령이 불신임 결의안 표결 이후 하원을 해산하는 또 다른 정치적 승부수를 걸 가능성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