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전세계 가뭄 피해액 18조원…예년의 4.7배 급증

by방성훈 기자
2022.09.05 11:54:47

세계 곳곳서 기상이변 따른 이례적 가뭄…피해액도 늘어
식량난·에너지난 악화 등 부수적 피해도 속출
獨, 라인강 수위저하…러 가스 대체 위한 화력발전 차질
中, 수력발전량 줄어 계획정전…애플·테슬라 등 생산 삐걱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상반기 이상기후에 따른 전 세계 피해액이 132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한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5일 보도했다. 올해의 이례적 가뭄은 일부 지역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진단이다.

(사진=AFP)


보험 중개업체 에이온에 따르면 올해 1~6월 가뭄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액은 총 13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2019~2021년 3년 평균 피해액 대비 4.7배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의 가뭄은 단순 피해뿐 아니라 부수적인 피해도 유발했다.

유럽의 라인강 수위 저하는 올해 가뭄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독일 서부 카우프에서는 지난달 중순 한때 라인강 수위가 40㎝ 미만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강을 이용한 화물 운송이 중단됐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대응하기 위한 독일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당초 독일 정부는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석탄화력 발전량을 늘려 천연가스를 통한 발전량의 10% 가량을 대체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라인강 수위 저하로 화력발전소로 향하는 석탄을 실어나를 수 없게 됐다.

이에 독일 에너지 기업 유니퍼는 오는 10월 말까지 일부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또다른 독일 에너지 기업 트리아넬과 EnBW도 라인강을 통한 물류 문제로 석탄화력발전소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력의 90% 이상을 수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노르웨이도 올 여름 심각한 가뭄을 겪은 뒤 앞으로 수력발전용 댐의 수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전력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산 가스 조달이 어려워진 인근 유럽 국가들의 전력 수급이 더욱 빡빡해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성명에서 “EU 영역 내 64%가 가뭄 상태에 있다. 지난 500년래 최악의 상황”이라며 “건조한 날씨는 11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수력 발전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중국 사천성은 지난달 14일 계획 정전을 예고했다. 기온이 6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강우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탓이다. 사천성 정부는 성내 21개 도시 중 19곳에서 공업용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15~20일 생산활동을 전면 중단할 것을 명령했고, 애플, 도요타자동차, 테슬라 등이 피해를 입었다.

사천성은 또 수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의 약 40%를 인근 충칭시, 연해부 상하이시, 강소성, 절강성에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도 영향을 끼쳤다.

미국에서도 8월 24~30일 일주일 동안 43개주(州)에서 가뭄이 발생해 약 1억 2100만명의 생활에 영향을 끼쳤다. 닛케이는 지중해 연안과 남미 대륙 남부 등지에서도 최악의 가뭄이 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칠레의 경우 이미 가뭄이 정착해 더 이상 기상이변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가뭄은 식량 생산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EU 집행위는 가뭄으로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지난 5년 평균 대비 16%, 콩은 15%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1950년대 이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폭염이 늘었다. 유럽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서는 가뭄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