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묻지마' 고소·고발 막는다…접수 처리절차 개선안 10월 시행
by정두리 기자
2021.09.30 12:00:03
제출된 고소·고발장 모두 ‘접수 절차’ 진행
반려시 민원인 동의 의사 서면으로 확인
동의했더라도 동일한 사건 재접수 절차 가능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경찰이 고소·고발 남발로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소·고발 처리절차를 개선한다. 10월부터는 접수되는 고소·고발장을 모두 접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반려 시에는 민원인의 동의를 받는다. 반려에 동의했더라도 동일한 사건의 재접수는 가능하다.
경찰청은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고소·고발 접수 등 처리 절차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10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2006년부터 고소·고발 남용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고소인·고발인의 동의를 전제로 한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고소·고발 반려 당시에 민원인이 자발적으로 동의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사후적으로도 동의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있어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법원에서는 지난 5월 경찰관의 무리한 고소장 반려를 직무의무 위반으로 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상고기각돼 확정됐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지난 6월 △반려 사유 개선 △동의서 등 확인절차 마련 △이의제기 절차 마련 등 고소·고발 반려 제도의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고소·고발 남용으로 인한 문제점은 무고한 시민에 대한 과도한 인권침해를 비롯해 사회적 비용 증가, 민사사건의 형사화 등이 꼽힌다. 특히 피해구제 측면에서 형사고소가 민사구제 절차보다 신속하고 편리하다는 인식 때문에 형사고소를 통해 민사문제를 해결하려는 ‘민사사건의 형사화’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문제다. 범죄 수사나 치안 유지에 쓰여야 할 경찰력이 낭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민원인의 의사를 감안해 고소·고발장이 처리될 수 있도록 ‘경찰 수사 심의위원회’ 및 ‘국가경찰위원회’ 논의를 거쳐 반려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민원 상담 시 민사상 구제절차 등 적극 안내 △제출된 고소·고발장은 모두 ‘접수 절차’ 진행 △접수된 고소·고발을 반려하는 경우 민원인이 작성한 서면 동의서를 수령하는 동시에 민원인에게 동의서 사본과 이의제기 절차가 기재된 안내서를 교부하는 방안 등이 있다. 또 민원인이 반려에 동의했더라도 이후 동일한 사건을 수리해달라고 재요청하는 경우 즉시 수리해 처리할 예정이다.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경찰에서 접수한 전체 사건(1년 평균 약 166만건)의 기소송치율은 약 57%인데 비해 경찰에서 접수한 고소·고발 사건(1년 평균 약 40만건)의 기소송치율은 29%, 고소 사건의 기소송치율은 24%로 전체 사건 기소송치율의 절반 수준이다.
형사체계가 유사한 일본과 고소 현황을 비교하면 201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피고소인원의 수가 일본은 7.3명인 반면, 한국은 1068.7명으로 일본의 약 146.4배에 이를 정도로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고소·고발 남용 문제를 제도적으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관련 법률 개정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에서도 범죄피해자의 적법한 고소권을 보장하는 한편, 고소권 남용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선별 입건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개정안(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다.
경찰은 “관련 법률이 논의될 시 적극 참여해 고소·고발의 문제점에 대해 적극 의견 개진하는 등 고소·고발 남용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