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사교육1번지 대치동 은마, 월세가 1000만원?

by강신우 기자
2020.08.25 11:01:00

2평 남짓 좁은방 1인 월세 110만원?
알고 보니 가사도우미에 식비 포함가
지방사는 학부모 요구에 집주인 OK
장혜영 측 “특정 사업자 지적 아냐”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이다. 대치동에서도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를 둘러쌓고 눌러앉은 학원만 800여 곳이 훌쩍 넘는다. 학원가 한가운데 한보은마아파트, 일명 ‘대치은마’가 있다.

대치은마는 1979년9월 준공된 아파트로 2011년부터 재건축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대단지(4424가구) 아파트다.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치은마가 또 다른 이유에서 유명세를 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 19일 김대지 국세청장 청문회에서 이곳을 ‘테트리스 월세’로 지적하면서다. 장 의원은 “은마아파트에서 테트리스 하듯 거실까지 조각조각 나눠 고등학생과 재수생 9명이 살고 있다”며 “1인당 임대료는 110만원으로 집주인은 연 1억원이 넘는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임대소득은 제대로 신고됐는지 알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대치은마의 34평형 평면 구조는 침실 4칸과 거실, 주방이다. 방은 큰 방(14.41㎡), 중간방(10.48㎡), 작은방1(8.36㎡), 작은 방2(4.86㎡)이다. 그런데 장 의원이 지적한 집은 26.55㎡의 거실을 두 개로 쪼개 방으로 만들었다. 방이 총 5개다. 5개의 방을 1인1실, 2인1실 등으로 나눠 9명에게 임대를 주는 셈이다. ‘테트리스’라는 표현은 다인실에 2층 침대를 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는 일명 ‘셰어하우스’ 형태와 같다. 셰어하우스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공간이나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며 같이 사는 집이다. 정부는 이 같은 형태의 셰어하우스를 장려하기도 했다. 임대 활성화를 위해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해당 동 내 거주자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고 지자체의 허가를 받으면 ‘방 쪼개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지난 19일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장혜영의원 페이스북 캡처)
가장 큰 논란거리는 월 임대료다. 9명이 월 110만원을 낸다면 임대업자의 연간 수입은 1억원이다. 더욱이 월세 110만원을 내고 좁은 방에 살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변 오피스텔이나 셰어하우스 등 월 100만원 안팎의 가격이면 충분히 대치은마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치은마의 반전세 시세도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7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아파트형 셰어하우스법인의 대치동 은마아파트 1인실.
아파트형 셰어하우스법인의 대치동 은마아파트 2인실.
셰어하우스 업계에서는 “수요가 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좁은 방에 월세 110만원을 내면서 옹기종기 모여 사는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집주인(아파트형 셰어하우스 임대법인) A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A씨의 첫 한마디는 “억울하다”였다. 임대료 110만원은 과장된 이야기라는 것. 실제 월 임대료는 45만~60만원선. 나머지는 학부모회에서 자체적으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청소와 빨래, 음식까지 만들어 주는 관리 차원의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A씨는 “월세만 110만원이면 주변 오피스텔 등 더 좋은 곳도 많은 데 왜 굳이 여기에 와서 살겠느냐”며 “월세만 따지면 만실이 된다고 해도 월 500만원 수입에 대치은마 반전세 임대료 170만원을 빼면 300만원 남짓 남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수능일이 끝나면 한 달 이상은 수요가 없기 때문에 수익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A씨는 2년 전 대치은마 임대사업 등록 초기에만 해도 가사도우미 없이 셰어하우스 형태로 운영했다.

그러나 기숙사가 없는 대형 재수종합반(학원) 도보 거리 3분 남짓이라는 장점과 고시원 형태가 아닌 보안이나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아파트라는 장점 때문에 지방 학부모 사이에 입소문이 났고 국내·외 유수의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 중심으로 수요가 있기 시작했다. 수개월 전 예약하지 않으면 ‘만실’이 됐다.

작년 A법인이 국세청에 제출한 주택임대차계약서. 월세는 60만원으로 적혀있다.
지방에 사는 부모들은 ‘학부모회’를 통해 자녀들을 위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자고 했다. 처음 가사 서비스 비용을 인당 45만원씩 각출했지만 이후 학부모 사이에서 각자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거나 돈을 더 내고말고 하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A씨는 ‘계모임 통장’을 따로 만들어 관리비는 국세청 신고를 하는 조건에 동의하는 세입자만 받았고 이후 계산 편의상 월 총비용을 110만원으로 계산하게 됐다고 했다.

A씨는 “대치은마는 동별로 세무조사를 한다”며 “원래 세무조사 강도가 다른 아파트보다 센 곳이기 때문에 탈세를 할 수도 없고 탈세를 안 하기 위해 법인으로 임대사업을 등록해 신고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장 의원 측은 “이번 인사청문회 때의 지적사항은 특정 임대사업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니다”며 “국세청장 후보자가 거주 신고없이 와이프와 자녀를 대치은마에 남겨 둔 점 등을 들어 고위공직자의 자질 문제를 논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교육열 개선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