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상납' 국정원장 3인 2심서 감형…法 "국정원장은 회계직원 아냐"(상보)
by송승현 기자
2018.12.11 11:37:21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징역 2년~2년6월로 실형 유지
1심, 국정원장 회계관계직원 인정 가중처벌…2심, 인정 안 해
法 "특활비 상납, 국정원·정치권력 유착…독버섯과 다름없어"
|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나란히 기소된 박근혜정부 국정원장 3인방. 왼쪽부터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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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장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73)·이병기(71)·이병호(78)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보고 가중 처벌한 원심판결이 잘못됐다고 보고 감형했다.
11일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는 뇌물공여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인방 등에 대해 징역 2년~2년 6월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징역 3년~3년 6월을 선고했다.
피고인별로 보면 △남재준 징역 2년 △이병기 징역 2년 6월 △이병호 징역 2년 6월에 자격정지 2년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징역 2년 6월 △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 무죄 등이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국정원장 3인을 재임 기간 중 국정원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상납한 혐의(특가법상 국고손실·뇌물공여)로 기소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장 3인의 특활비 상납이 횡령과 국고손실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뇌물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남씨 등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특활비를 위탁자인 국민의사에 반해 대통령에게 교부해 국가 재정의 큰 손실을 입혔다”며 “국가 재정의 측면에서 국민 의사에 반할 뿐 아니라 재정의 민주적 운영과 법치주의에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이 (특활비로) 정치권력을 뒷받침하고 지원했다는 점에서 국정원과 정치권력의 유착에 해당하기도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국정원의 정치화를 초래하는 행위”라며 “(역사를 볼 때) 정보기관의 정치 관여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고 이는 다시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국정원과 정치권력의 유착을 ‘독버섯’에 비유하며 “국정원 자금이 정치권력을 타락시켜 국민과 국가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보고 일반 횡령죄가 아닌 특가법상 횡령죄로 처벌한 1심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장이 회계 책임관을 임명한 경우 회계관계직원은 그 소속 공무원이 되는 것이지 국정원장은 아니다”며 “국정원 예산회계사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회계관계직원으로 재무관, 출납공무원 등을 규정하면서 기조실장을 회계관계직원이 보고있어 원심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장 3인은 회계관계직원에게 적용하는 특가법상 횡령죄가 아닌 일반 횡령죄가 적용돼 형량이 일부 감형됐다.
앞서 지난 10월 검찰은 국정원장 3인방에게 각각 징역 5~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특활비 상납은 국정원 존립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편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국정원장들은 내부 인사 문제로 한순간에 내쳐지는 등 호의뿐 아니라 불이익에 대해서도 매 순간 대통령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