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재희 기자
2016.08.02 12:15:00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지난 2008년 증권가에서는 한 애널리스트가 “주가 전망이 뒷북을 치고 있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올리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금도 현직에 있는 그 애널리스트는 당시 ‘2009년 기업실적과 관련된 논점들’이라는 보고서에서 “애널리스트의 문제점은 낙관적인 편향이 아니라 실적 추정치 변화가 늘 주가에 후행했다는 점”이라고 고백했다. 특히 그는 “주가 고점과 이익 전망치 하향조정 시작 시점간 시차는 지난 2000년 이후 3~9개월에 달하는 등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며 “애널리스트의 이익전망치 조정이 주가 움직임에 대한 선제적 시그널이 되기보다는 이미 새로운 추세로 움직이는 주가를 사후 추인하는 데 그쳤던 셈”이라고 시인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005930)와 호텔신라(008770)가 말 그대로 관심을 끌고 있는 종목이다. 삼성전자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사상 최고가 경신까지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반면 호텔신라는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 두 종목 주가흐름과 이 종목들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보고 있노라면 6년전 그 애널리스트들의 자기 반성이 다시 떠오른다. 지난 6월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 H증권과 S증권 등은 6월부터 지난달까지 2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목표주가를 각각 3차례씩이나 상향 조정했다. 애널리스트들의 뒷북 대응인 셈이다. 호텔신라의 경우에도 지난달 22일 부진한 2분기 실적이 공개되자 E증권(기존 9만5000원→8만원)과 H증권(11만5000원→9만원), Y증권(8만2000원→6만5000원) 등이 일제히 목표주가를 내렸다. 가장 엄격하게 평가한 K증권(6만원→4만5000원)은 목표가 하향 조정은 물론 업계 최초로 ‘매도’ 의견을 제시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에 14만원을 훌쩍 넘었던 호텔신라 주가가 5만원대까지 밀려났는데 이렇게 60% 가까이 주가가 곤두박질칠 때까지 매도의견 하나 없었던 셈이었다.
그동안의 관행이나 시장 분위기 등을 고려해 ‘낙관적 편향’ 논란은 접어두더라도 주가 전망 기능이라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