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2013]"우리나라도 중소기업 혁신 가능할까요?"

by이승현 기자
2013.06.12 13:33:46

바넷 교수·최 부회장 세션 강연 질의응답…"그래도 도전하라"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우리나라 같은 기업환경에서도 과연 중소기업의 혁신이 가능할까?’

윌리엄 바넷 스탠포드 교수와 최종태 포스코경영연구소 부회장의 강연을 들은 청중들의 반응은 예리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기업 위주의 기업환경에서 혁신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당할 중소기업을 과연 배출해 낼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경영학 구루와 최고 경영자의 고견을 바탕으로 우리 상황에 걸맞은 답을 찾아보려는 시도로 읽혔다.

바넷 교수는 “리스크가 없는 것을 찾는다면 여러분은 이 투쟁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중소기업들이 환경의 어려움을 탓하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라는 주문이었다. 1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 2013’ 이틀째 세션에서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청중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최근 갑을관계 논쟁을 반영하듯 비가 오는 날씨에도 아침부터 자리를 지킨 400여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해법을 찾는 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실패를 해도 일어설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마련돼야 혁신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바넷 교수는 “NO”라고 답했다. 그는 “리서치를 통해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악조건에서도) 리스크를 감당하려는 사람은 항상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 이 적은 수의 사람들이면 충분하다. 이들의 혁신이 바로 세상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질문을 ‘혁신의 문화를 만들 수는 없을까?’로 바꿔보자”며 “리크스 감당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우리나라 기업환경의 고질적 병폐인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에 대한 해결책을 묻기도 했다. 이는 ‘중소기업이 위험을 감수해 혁신을 만들더라도 대기업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리스크 감수의 유인이 생기지 않는다’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바넷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미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지금까지 벌어졌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AT&T 사가 독점 유지를 위해 필립스사의 혁신기술을 돈으로 사들여 사장시킨 사례도 전했다. 그는 “(그럼에도 도전하는 것이) 혁신의 역사”라며 “대기업들이 방해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실패를 한다. 그러나 결국 성공한 기업들은 나중에 비전이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포럼 주제가 시대의 요구를 담아냈다고 호평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면역학과에 재학 중인 김엘라별이(24)씨는 “전세계와 우리가 겪고 있는 핫 토픽을 다뤘다”며 “학생은 물론 일반 국민들이 이 포럼을 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연 내용에 대해서는 “이론적인 내용을 한국의 실제 현실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정부 정책과 국민 의식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는 소견도 피력했다. 해외무역 등을 하는 SYE 컨설팅의 서평민 대표는 “상생과 협력은 절대적인 시대적 요청”이라며 이러한 주제의 행사를 마련한 이데일리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다음은 바넷 교수와 최 부회장이 청중과 나눈 질의응답



▲ 한국에서는 한 번 실패를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조건이 마련돼야 혁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 (바넷 교수)성공하기 전에는 리스크 감당이 어리석은 짓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리서치를 하면서 발견한 것은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크를 감당하려는 사람은 항상 있다는 것이다. 이 작은 수의 사람들이면 충분하다. 이들의 혁신이 바로 세상을 바꾼다. 이게 바로 비전가를 뜻한다. 편안한 환경이 조성된 다음에야 리크스를 감당하게 된다면 절대 비전가는 되지 못한다.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겠다. ‘혁신의 문화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한국의 경우 연예산업에서의 혁신이 있었고 기술분야와 제조분야에서 혁신도 있었다. 리스크 감당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리스크 감당을 어리석은 시각으로 보는 것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

▲ 한국에서는 단지 리스크 감수가 문제가 아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가져간다. 심지어 많은 돈과 마케팅과 광고력 등으로 훔쳐간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리스크 감수를 할 유인이 없는 것 아닌가?

= (바넷 교수)자본주의에서는 대기업이 계속해서 중소기업들이 업무를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도전하는 것이 혁신의 역사이다. 크고 강력한 회사는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혁명은 멈추지 않는다. 쉽고 리스크가 없는 것을 찾는다면 여러분은 이 투쟁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혁신을 할 수 있고 더 잘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참여하라.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일을 좀 더 쉽게 하게 만든다면 혁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수를 한다.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대기업들이 방해하기 때문에 실패를 한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들은 나중에 이것을 비전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