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형수 기자
2013.05.07 15:50:51
증시 상황 악화로 신용 잔고 4조원 수준..5.1조 한도 못미쳐
규제 철폐로 증권사 수익 개선 효과 나타날지는 미지수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규제 완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지만 현재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긍정적 효과를 미칠 여지는 크지 않다.”
개인 주식매입자금 대출에 대한 잔액 규제를 폐지하더라도 즉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식 시장 부진으로 자금을 빌려서까지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7일 경기침체와 거래량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를 지원하기 위해 개인주식매입자금 대출에 대한 잔액규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금융위는 정치 테마주에 대한 투기 과열 현상이 나타나면서 2월말 신용융자 잔고 5조1000억원을 기준으로 주식매입자금 대출 한도를 설정했다. 하지만 한도와 관계 없이국내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신용 잔고는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 말에는 3조9000억원 선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신용 잔고가 증가 추세이긴 하나 지난 6일 기준 잔고는 4조6157억원으로 5000억원 정도의 여유가 있는 상태다.
증권사별 한도를 살펴봐도 신용 한도에 근접한 증권사는 거의 없다. 키움증권도 한도는 8000억원이 넘지만 현재 잔고는 4000억원 선에 머물고 있다.
증권업종을 분석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금융위가 잔액에 대해 한도를 정했으나 공교롭게도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신용융자 수요는 자연스레 감소했다”며 “규제가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낫기는 하지만 당장 증권사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과거 신용융자 잔고가 급증했던 시기는 지난 2007년으로 지수가 고공 행진을 하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빌려서 투자해도 이자 비용 이상 벌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잔고는 급감했고, 2008년 말 1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스피가 900선 아래로 내려갔다가 반등하면서 신용융자는 다시 늘었고 2011년 6조원을 회복했다. 이후로도 신용 잔고는 시장 상황에 따라 늘거나 줄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과열 양상을 막겠다고 규제했던 것 자체가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며 “이제라도 규제가 사라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증권사 영업에 얼마나 활력을 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