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취업하는데 엄마 학력은 왜?’…채용에 개인 정보 요구한 기업들
by최정훈 기자
2022.09.06 12:00:00
고용부, 2022년 상반기 채용절차법 지도점검 결과
직무와 관련 없는 키·몸무게·가족 학력 요구…과태료 2000만원
채용 건강검진 비용 구직자에 전가…불합격 여부도 안 알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채용 과정에서 여전히 구직자의 키나 몸무게, 출신 지역, 가족의 학력 등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기업들이 적발됐다. 또 채용을 위한 건강검진 비용을 구직자에게 전가하는 불공정 채용 문제도 확인됐다.
| 1일 학생들이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장에서 게시판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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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상반기 채용절차법 집중 지도·점검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이번 점검 결과 구직 청년이 채용 과정에서 경험한 법 위반 및 개선 필요 사항을 확인해 과태료 부과 12건, 시정명령 5건, 개선 권고 106건을 조처했다.
먼저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총 2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특히 A호텔은 지난 4월 채용 사이트에 조리팀 사무관리 직원 채용광고를 게재하면서 입사지원서에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구직자 본인의 키와 몸무게, 가족의 학력 등 정보를 기재토록 요구해 과태료 300만원이 부과되기도 했다.
고용부는 “여전히 일부 기업에서 이력서에 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출신 지역, 부모의 직업 및 재산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고,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조건이 채용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인자가 부담해야 할 채용심사비용을 구직자에게 전가하는 사례 등 5건에 대해서는 시정을 명했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구직자 부담 경감과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그 일환으로 구인자가 구직자에게 채용심사비용을 원칙적으로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B병원은 지난 3월 간호사 5명을 모집하면서 자비로 건강검진을 받은 후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구두로 요구했다. 이는 채용심사비용을 구직자에게 전가한 것으로 시정명령을 받았고. 이에 B병원은 7월에 건강검진비용을 구직자에게 지급했다.
이번 점검에서는 과태료, 시정명령과 같은 제재를 받는 의무사항뿐만 아니라 채용 일정 및 채용 여부 고지 등 법상 권고사항이지만 청년 구직자의 체감도가 높은 사항도 함께 점검해 106건의 개선을 권고했다. 제조업체인 C기업은 지난 6월 채용사이트를 통해 근로자 3명을 모집하면서, 최종 합격 여부를 합격자에게만 고지하고, 불합격자에게는 알리지 않아 개선을 지도 받았다.
고용부는 “구인자는 채용 대상자를 확정한 경우에 지체없이 채용 여부를 구직자에게 알려, 구직자가 입사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취업 활동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불합격자의 경우 신속히 취업 활동 계속 여부와 방향을 결정해야 하지만, 일부 기업은 합격 여부를 합격자에게만 알릴 뿐 불합격자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건설현장의 경우, 노동조합의 자기 조합원 채용 강요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관계부처 협업체계를 마련하고, 채용절차법 점검, 교육, 홍보 등을 실시했다. 또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법 위반 사실을 알게 된 누구나 불법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하반기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가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불공정채용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과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지원방안도 함께 강구해 공정한 채용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청년을 비롯한 구직자,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부정 채용을 금지하고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올해 안에 공정채용법 개정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