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현대차그룹 "로보틱스는 새 사업 모델 만드는 '씨앗'"
by손의연 기자
2022.01.10 13:00:00
현동진 현대차 상무·레이버트 보스턴다이내믹스 회장 공동 인터뷰
"현실과 가상잇는 매개체 로봇…기술 고도화해 새 사업모델 구축"
"2년 뒤 모베드 상용화 예상…규제 고려하면 기간 더 연장될 수도"
"한미 로봇 동맹 강화…이르면 내년 구체적 결과물 공개"
[라스베이거스(미국)=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보틱스랩은 단순한 로봇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씨드(Seed, 씨앗) 테크놀로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현동진 현대차(005380)그룹 로보틱스랩 상무와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다이내믹스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센터에서 첫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기(IT) 전시회 CES2022에 직접 나서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를 주제로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합친 ‘메타모빌리티’ 개념을 소개한 직후였다. 정 회장은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CES2022에 참석했다.
특히 정 회장이 직접 공개한 메타모빌리티 등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비전은 참석자들에게 혁신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이번 CES2022의 최종 승자는 정 회장이었다”는 참석자들의 평가도 적잖았다. 정 회장은 기존 CES 등에서 그룹의 혁신기술과 비전을 공개하는 데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2020년 수석부회장 시절에도 CES에 직접 나서 현대차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비전을 소개했다.
현 상무와 레이버트 회장은 인터뷰에서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비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은 △사용자의 이동 경험이 혁신적으로 확장되는 메타모빌리티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엠오티(MoT, Mobility of Things) 생태계 △인간을 위한 지능형 로봇 등으로 구체화된다.
현 상무는 “제가 담당하는 분야인 로보틱스랩은 로보틱스라는 테크놀로지를 고도화하고 정교화해 새로운 서비스를 입혀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되는 씨드 테크놀로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씨드 테크놀로지가 내재화된 기술들을 로보틱스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서비스와 결합해 조금 더 나은 고객의 삶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레이버트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스팟·벡스·아틀라스 등 총 3종의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이 로봇들을 나눠 오늘과 내일, 미래라고 부르고 있다”며 “로봇들을 산업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노력 중으로 관련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래에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사라진 새로운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는 로봇과 UAM 등 모빌리티가 이런 플랫폼에 접속하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과 모빌리티가 현실과 가상이라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접점이 되는 셈이다. 현대차는 메타모빌리티를 통해 가상 공간에 머물렀던 사용자가 로봇과 모빌리티 등을 통해 연결되고 사용자는 이를 통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궁극의 이동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버트 회장은 “메타버스에도 다양한 버전이 있다”며 “우리는 미국에서 한국에 있는 로봇을 작동시킬 수 있는 메타버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다이내믹스 회장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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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CES2022에서 로보틱스 비전의 구체적 사례로 네 발로 걷는 로봇개 스팟과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사물에 결합하면 이동 능력을 갖추게 하는 플러그 앤 드라이브(PnD) 모듈을 이용한 모빌리티, 드라이브 앤 리프트(DnL) 모듈이 적용된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등을 전시했다.
현 상무는 “모베드 경우 양산 시점을 2년 정도 이후로 생각하는데 모빌리티 산업 관련 규제를 고려하면 개발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레이버트 회장은 “오래된 산업 경우 이미 규제가 많이 있지만 로봇은 새로운 산업이다 보니 규제가 전무하다”며 “최근 미국 내 대관을 담당하는 직원을 뽑았다. 미국 정부의 신사업 규제 방향을 파악해 대응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CES2022 현대차 전시부스에서는 아틀라스에 대한 인기가 가장 많았다. 아틀라스는 총 28개의 유압 동력 관절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하며, 이동과 스테레오, 감지 센서를 통해 복잡한 지형에서도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틀라스는 1.5미터의 높이에 80kg의 무게로 초속 1.5미터를 움직일 수 있고 약 11kg의 짐을 들 수 있다.
레이버트 회장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로봇이 사람을 어떻게 잘 도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휴머노이드, 4족 보행, 바퀴 형 등 적용 분야를 잘 고려해야 한다”며 “아틀라스가 우리 삶에 과연 필요할까라는 의문들도 제기되지만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번 CES 이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데 박차를 가한다. 한국과 미국의 로봇 동맹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레이버트 회장은 “현대차는 굉장히 큰 기업이다. 현대차와 어느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협업할지 고민 중”이라며 “최종 결과물은 내년이나 내후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