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의야지마을에서 5G 첫선..멧돼지도 ICT로 퇴치

by김현아 기자
2017.12.20 11:00:00

KT, 평창군 대관령면 의야지 마을에 세계 최초 5G 통신망 구축
총 32억 투자..전통시장 같은 360도 AR마켓
PTZ카메라, 레이더, 퇴치기 등으로 멧돼지 퇴치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주민 208명이 사는 의야지마을이 ‘세계 최초 5G 빌리지’로 바뀌었다.

내년 2월 평창을 찾은 세계인들에게 5G 네트워크의 빠른 속도를 느끼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첨단 ICT가 산골 마을을 바꾸는 모습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황창규 KT 회장(왼쪽 두번째)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왼쪽)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0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의야지마을에서 열린 5G 빌리지 개소식에서 5G 네트워크 기반의 ‘5G AR 마켓’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5G AR 마켓’은 360도 증강현실 영상으로 실제거리를 다니며 물건을 구입하는 것같은 몰입감을 주는 미래형 플랫폼이다. 사진=방인권 기자
의야지마을은 대관령 삼양목장과 하늘목장을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평창올림픽때 5G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출처: 행정안전부 지정 정보화 마을 홈페이지
20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의야지마을에서 열린 ‘평창 5G 빌리지’ 개소식에는 황창규 KT 회장을 비롯해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의야지마을은 예부터 ‘의로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졌다. 해발 700m 이상 고지대에 있어 고랭지 농업이 발달했으며, 바람이 많이 불어 ‘의야지 바람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2009년에는 정보화마을로 지정돼 IT에 대한 이해가 높다.

의야지마을에 5G 통신망과 증강현실(AR)·홀로그램 등이 적용된 첨단 카페, ICT 멧돼지 퇴치 솔루션 등이 구축된 것은 KT와 정부가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KT는 혁신기술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기가스토리’라는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의야지마을은 임자도·청학동 등에 이어 일곱 번째 기가스토리 마을로 선정됐다.

또,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사업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올림픽 이후 지속가능성 파트너 사업(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에도 선정돼 정부와 KT가 총 32억 원을 지원하게 됐다.

이선주 KT 상무는 “2014년부터 3년 동안 6개를 만들었는데 하나의 기가스토리에 KT IT서포터즈와 네트워크부문, 융합기술원 등 직원 200명~300명이 투입될 정도로 쉽지 않다”면서 “의야지마을 역시 지역선정과 주민소통, 네트워크 및 솔루션 구축과 방문 교육 등을 포함해 1년 정도 걸렸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주정희 대관령면장과 하병필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관, 이희범 올림픽조직위원장, 황창규 KT 회장, 심재국 평창군수, 변정권 강원도 올림픽운영국장, 이선학 의야지마을 이장(왼쪽부터)이 20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의야지마을에서 열린 5G 빌리지 개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의야지마을에는 △5G AR마켓, 미디어윌 등이 설치된 첨단 카페(꽃밭양지카페)△인근 삼양목장, 하늘목장을 둘러볼 수 있는 전기차와 충전시설 △사물인터넷(IoT) 센싱기술에 기반한 힐링체어와 가로등 △무인택배 시스템(스마트캐비닛) △화상회의 시스템 △ICT기반 멧돼지 퇴치 솔루션 등이 들어섰다.



마을 중심에 있는 ‘꽃밭양지카페’에선 5G AR기술로 의야지마을, 삼양목장, 하늘목장, 알펜시아 등 대관령면 7개 명소에 대한 소개와 터치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이 끝나면 무료 커피, 목장 할인권, 특산물 할인권을 준다.

카페 벽면에 설치된 미디어월에선 관광명소에 대한 소개와 함께 동작인식게임, 드론에서 촬영한 실시간 마을 영상을 5G로 만난다. 마을 영상을 제공하는 드론은 자율비행으로 작동한다.

카페 2층으로 올라가면 미래형 쇼핑 플랫폼 5G AR 마켓을 볼 수 있다. 360도 영상으로 실제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다.카페 앞쪽에는 전기차와 충전시설을 갖춰 관광객이 전기차로 삼양목장, 하늘목장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주민들이 가장 반기는 것은 멧돼지 퇴치 솔루션이다. 주민들이 원해서 구축됐는데, 네트워크에 연결된 PTZ(Pan-Tilt-Zoom)카메라, 레이더, 퇴치기 등을 이용해 멧돼지를 막는다. 멧돼지가 주로 출몰하는 두 곳에 설치됐다.

올해 멧돼지로 인한 국내 농작물 피해금액은 2016년 56억원에 이르고, 최근 5년간 멧돼지 공격에 따른 인명사고도 사망 3명, 중상 2명의 피해가 발생할 정도로 골칫거리다. KT는 의야지마을에 구축한 멧돼지퇴치솔루션을 다른 농촌 지역에도 적용하는 걸 추진한다.

이 상무는 “그간 멧돼지 퇴치는 전기펜스나 그물망 등으로 했는데 이번에 IoT 센싱 기술과 영상 분석 기술로 하게 됐다”며 “아직은 구축형이나 서비스형으로 만들어 전국 농가에서 부담 없이 쓸 수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20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사무소에서 열린 ‘5G 빌리지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의야지마을에 구축된 멧돼지 퇴치 솔루션. 피사체를 따라가며 확대·축소 기능을 갖춘 CCTV 카메라인 PTZ카메라와 레이저 등으로 멧돼지를 확인한 후 퇴치기에서 빛(1단계)과 소리, 기피제(2단계)로 멧돼지를 쫓아내는 방식이다.
KT는 동계올림픽이 개막하면 전 세계에서 평창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평창 5G 빌리지’를 구축했다. 평창의 주요 경기장과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불과한 의야지마을에서 한국의 앞선 5G 기술을 많은 외국인들에게 선보인다는 목표다.

황창규 KT 회장은 “5G 다양한 솔루션과 함께 전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의야지 마을에 머물고, 주민 여러분의 생활도 보다 안전하고 풍요롭게 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올림픽 이후에도 KT가 한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희범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은 “반도체 신화를 일군 황창규 회장께서 유니쿼터스 신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