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9년만에 시공능력평가 '1위' 등극

by장종원 기자
2014.07.31 11:20:25

국토부 2014 시공능력평가 결과 발표
''합병효과'' 현대엔지니어링 첫 10위권 진입
호반건설·부영주택 9·15계단 상승 약진
산업환경설비업 평가선 현대건설 첫 10조 돌파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삼성물산이 국내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9년만에 1위에 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와의 합병 효과로 사상 첫 10위권에 진입했다. 지난해 3위였던 대우건설(047040)은 5위로 떨어졌고, 그 자리를 포스코건설이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새로운 고부가가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산업환경설비업 부문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려 자존심을 지켰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1만82개 종합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시공능력평가 토목건축공사업 부문에서 삼성물산이 시공능력평가액 13조1208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31일 밝혔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제도는 건설공사 실적, 경영 상태, 기술 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해 공시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토목건축 부문 순위가 시공능력평가를 대표한다.

삼성물산이 시공평가에서 1위에 오른 것은 2005년 이후 9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직전까지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던 현대건설(12조5666억원)을 한 단계 아래로 밀어냈다. 호주 로이힐 광산개발 프로젝트, 중국 서안반도체 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발전소 건립 등 대형 해외 공사 실적 증가에 힘입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꾸준히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왔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3위였던 대우건설(7조4901억원)은 5위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5위였던 포스코건설(9조22억원)이 대신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10위권에 진입했던 한화건설은 올해 9위로 한단계가 더 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와의 합병 효과로 54위에서 10위로 급상승했다.

대림산업(8조3315억원)과 GS건설(6조4431억원), 롯데건설(4조9403억원), SK건설(4조6150억원)은 순위에 변화가 없었다.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호반건설(2조347억원)과 부영주택(1조9875가구)이 15, 16위로 급상승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해외 저가 수주로 실적이 악화된 삼성엔지니어링(1조2258억원)은 11위에서 29위로 추락했다.

특히 호반건설은 지난해 조경사업 공사 실적에서 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주택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6000가구 이상을 시장에 쏟아냈던 게 조경 분야 실적에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건설사들도 전반적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18→20위), 경남기업(21→26위), 진흥기업(43→51위)과 법정관리 중인 쌍용건설(16→19위), STX건설(40→48위), 동양건설산업(49→63위), LIG건설(59→85위) 등은 모두 순위가 밀려났다.

현대건설은 토목건축에서 2위로 밀려났지만 새로운 고부가가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산업환경설비공사업 시공능력평가에서 사상 첫 10조원(10조4852억원)을 돌파하며 1위에 올랐다. 우즈베키스탄 탈리마잔 발전소와 베트남 몽주엉 화력발전소 공사 등 해외 플랜트 건설 수주 덕분이다. 다음으로 현대중공업(8조9804억원)과 삼성물산(8조9764억원)이 뒤를 이었다.

건설업계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공사 수주에 주력하면서 산업환경설비공사 부문의 중요도가 높아졌는데 여전히 토건 위주로 순위를 발표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시공능력평가에 경영 실적을 반영하는데 대한 불만도 많다.

정부는 이에 따라 시공능력평가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하기로 하고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공청회 등을 통해 건설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제도 개선을 하겠다”면서 “내년에 발표되는 시공능력평가부터는 달라진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