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준기 기자
2012.01.12 16:56:06
김종열 사장 사의로 하나금융 후계구도에 큰 균열
김 회장은 일단 내부적으로 1년 연임으로 '가닥'
[이데일리 문영재 이준기 이현정 기자] ‘포스트 김승유’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하나금융의 후계구도에 큰 균열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는 대신 김승유 회장은 연임을 포기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하나금융 후계구도는 짙은 안개국면으로 빠져들게 됐다.
일단 김 회장은 내부적으로 1년 더 연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금융당국의 의중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김종열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백의종군`, `내부 권력다툼의 희생양`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하나금융에 대한 압박 과정에서 빚어진 사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 회장은 최근 정치권의 반대 속에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자 조바심을 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론의 반전을 위해 무엇인가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었고, 결국 김 사장의 사의가 하나의 카드가 됐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김 회장에게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는 대신 연임 포기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를 전해들은 김 사장이 김 회장 대신 총대를 메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핵심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당초 김승유 회장이 물러나도록 압박했고, 이를 전해들은 김 사장이 대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들었다”면서 “김 회장 역시 당장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 내부적으론 일단 김 회장이 1년 더 연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12일 “최근 하나금융 임원진들이 김 회장에게 1년 더 연임해달라는 의견을 모아 전달했다”며 “당초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한 후 명예퇴진을 계획하고 있던 김 회장도 이 같은 상황에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지난해 확정한 지배구조 규준에 따라 만 70세까지 1년씩 최장 2년동안 더 연임할 수 있다. 연임 여부는 내달 이사회를 거쳐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 경우 김 회장은 앞으로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동안 하나금융 후계구도를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김 사장의 사임과 함께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이 일차적으로 포스트 김승유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김 회장의 최측근인 하나은행 이현주 부행장과 김병호 부행장 등 소장파그룹이 급부상하거나, 외부인사가 후계자로 낙점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정정도 시간이 흐른뒤 김종렬 사장을 재차 중용하는 방안도 시나리오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 행사에 나설 경우 하나금융 후계구도는 더욱 꼬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 회장이 이번에 연임에 실패할 경우 하나금융의 지배구조와 후계구도 자체가 큰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하나금융 내부에 정통한 한 금융권 고위인사는 “론스타 문제로 촉발된 하나금융의 후계구도는 이미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