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종구 기자
2006.08.30 18:37:11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사 대출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단은 한국은행이 지난 28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중 신용카드사 대출이 증가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30일 "한은 통계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터졌다.
금융감독원은 "6월말 현재 21개 신용카드사의 현금대출 잔액이 21조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오히려 2671억원 줄었다"고 말했다. 카드론은 538억원 증가했지만 현금서비스가 3209억원 줄었다는 것.
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신용카드사와 캐피털 등 여신전문기관이 보유한 대출잔액은 2분기말 현재23조9686억원, 2분기말 24조6832억원으로 금융감독원 통계와 달리 대출잔액이 증가했다.
또 신용카드사만을 대상으로 해도 1분기말에 17조6458억원 6말 18조11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영복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당시 "신용카드회사의 현금서비스 등 여신전문기관 대출이 신규 카드회원 유치 및 카드론 확대 노력이 이루어진 가운데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준현 금융감독원 여전감독실장은 "최근 영업실적이 호전된 일부 카드사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높은 현금대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30일 반박했다.
이에 발끈한 한국은행도 재반박 자료를 급히 배포했다. 이영복 팀장은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는 금융기관이 대차대조표상 보유한 카드사 대출 잔액을 합한 것"이라며 "이용목적상 한은과 금융감독원의 통계가 틀릴 수 있지만 한은 통계가 이상하다는 지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금감원에서도 최근 카드사들이 현금대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같은 자료를 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 기관 통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카드대출중 리볼빙(회전대출)과 대출자산 유동화(ABS).
먼저 ABS의 경우는 양 기관이 통계를 내는 이용목적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다. ABS로 유동화된 대출채권은 소유권이 장부상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로 넘어가기 때문에 카드사 대차대조표상의 대출자산이 감소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관리목적상 카드대출에 포함시키고 있고, 한국은행은 대차대조표상의 금액만을 가계신용으로 잡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다.
금감원 김 실장은 "시장상황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ABS를 포함해야 통계를 작성하는게 맞다"며 "카드사들의 상황이 좋아지면서 ABS를 통한 유동화가 상당히 줄어 ABS를 반영할 경우 실질적으로 현금대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한은 정 차장은 "가계신용 잔액은 금융기관이 대차대조표상 보유한 대출자산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통계에서 제외되며 국제기준도 그렇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상한 것은 리볼빙이다. 양 기관이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반박자료에서 제시한 21조의 현금대출 잔액에서 리볼빙 자산을 제외했다.
김 실장은 "한은 가계신용 통계에 리볼빙자산이 포함이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리볼빙자산을 제외해 통계를 내고 있어서 반박자료에서도 비교를 위해 리볼빙자산을 제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 정 차장은 "리볼빙 자산은 카드사가 보유한 대출채권의 일부라서 가계신용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리볼빙 자산도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며 "금감원이 카드사에서 리볼빙을 포함한 자산을 보고받아 통계를 내고 있으며, 한은은 이 통계를 기초로 카드사에 개별 확인해 일치여부를 확인한 뒤 최종 통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