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괴경 형성 억제..고온에서 감자 수확량 주는 이유 찾았다

by강민구 기자
2022.04.19 12:00:00

생명연, 괴경 형성 억제 원리 처음 확인
고온에서도 수확량 높은 감자 품종개발 실마리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고온에서 감자 수확량이 주는 원리를 처음 규명했다. 앞으로 고온에서도 감자의 수확량을 유지하는 유전자를 찾거나 품종개발에 쓸 수 있는 연구 결과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효준·김현순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박사팀이 감자의 생육 시기별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고온에서 감자가 재배될 때 괴경 형성을 억제하는 원리를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김현순 박사(왼쪽)와 이효준 박사(오른쪽).(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높은 온도에서 감자의 수확량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기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온도가 비교적 낮은 고랭지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수확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고온에서 괴경(땅속 줄기) 형성을 유도하는 특정 유전자(StSP6A) 기능 저하를 제시했다. 감자의 재배 기간 동안 괴경 형성 유도 유전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괴경 형성을 유도하는 것과 달리 온도가 높아지면 이 유전자의 양이 증가하지 않아 괴경 형성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육 전반에 걸친 괴경의 형성과 발달에 관한 연구는 부족했다. 이에 연구팀은 다양한 온도에서 감자를 키우고, 생육 시기별로 감자의 유전자와 수확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온에서 감자는 환경에 적응해 괴경 형성을 억제하지만 원리는 생육 초기와 후기가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감자는 온도가 높아지면 스스로 생육 전반에 걸쳐 괴경 형성 유도 유전자를 억제해 수확량을 줄였다. 생육 초기에는 괴경 형성 유도 유전자의 RNA를 조절해 괴경 형성을 억제하는 반면, 후기에는 유전자의 DNA를 조절했다.

연구팀은 생육 초기 괴경 형성 유도 유전자의 발현을 높이면 수확량을 회복할 수 있지만, 후기에는 유전자의 발현을 높이더라도 수확량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생육 초기와 후기에 괴경 형성 억제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전자들도 추가로 제시했다.

이효준 박사는 “고온 환경에서 감자 수확량 감소는 생육 부진 등의 부작용이 아니라 식물 스스로 환경 적응을 위해 괴경 형성을 억제했기 때문”이라며 “감자 수확량 감소의 원리를 활용한다면 앞으로 고온 환경에서도 수확량이 높은 감자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지난 달 29일자 온라인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