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용성 기자
2021.03.30 11:00:10
언택트 온라인 강의 무단침입자에 대학가 '벌벌'
이른바 '줌바밍' 테러…놀이 문화로 확산되기도
"명백한 범죄…추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커"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싸강(사이버 강의) 링크 줘봐. 테러해 준다.”
허락 없이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침입해 온라인 수업을 방해하는 이들로 대학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언택트 시대 대표 화상강의 플랫폼으로 쓰이는 ‘줌(zoom)’과 폭격을 뜻하는 영어단어 ‘바밍(bombing)’을 붙인 신조어 ‘줌바밍’이다. 상당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줌바밍이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 비대면 수업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줌바밍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세종대 윤지선 교수의 ‘서양철학 쟁점과 토론’ 비대면 수업 중 신원미상 인물이 갑자기 들어와 욕설과 혐오 표현을 배설했다. 음란물까지 채팅창에 올리며 약 30분간 소란을 피웠다.
윤 교수는 신원미상 인물을 방에서 강제로 퇴장시켰지만, 이후 5번이나 다시 접속해 난동을 이어갔다. 결국 윤 교수는 지난 25일 모욕,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줌바밍은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누군가가 해당 강의 링크를 외부에 유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링크만 있으면 강의 수강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강의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이다.
링크 유출뿐만 아니라 강의 수강자와 함께 있는 제3자를 통해 ‘테러’가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 24일 연세대 ‘명상 온라인 프로그램’ 비대면 수업에서는 강의 수강생인 이 대학 학생 A씨가 인도 국적의 강사에게 “난민이냐”라는 인종차별적 질문을 던졌다. A씨는 화면을 연예인 사진으로 바꿔 놓거나, 화상 카메라에 눈을 가까이 대 강의 화면에 눈만 나오게 하면서 수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A씨는 “야외에서 친구 2명과 함께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었고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알지 못한 상황에서 한 친구가 교수님에게 무례한 말을 했다”며 “카메라에 눈을 가까이 댄 것도 다른 친구가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의에 초대받지 않은 옆사람이 난입해 물의를 끼쳤다는 이야기다.
줌바밍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온라인 수업 도중 외부인이 수업에 들어와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원도의 한 대학교에서도 신원미상의 인물이 웃통을 벗은 채 욕설을 한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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