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와이브로 포기하게 해 달라..미래부는 부정적

by김현아 기자
2013.09.13 16:27:3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가 미할당 주파수(2.5GHz) 대역에서 와이브로 뿐 아니라 LTE-TDD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와이브로 정책을 정하자, KT(030200)가 기존 와이브로 사업자들도 와이브로 용도로 받은 주파수(2.3GHz) 대역에서 LTE-TDD로 기술방식을 바꿔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103만 명에 달하는 기존 와이브로 에그 등 소비자 대한 보호문제는 물론, 현행 전파법 상 용도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또한, 와이브로를 서비스 중인 SK텔레콤(017670)은 물론 LG유플러스(032640)도 KT의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석수 KT 상무는 13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와이브로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KT는 조 단위 투자를 통해 국가 산업에 공헌했는데, 신규사업자에게 더 유리한 룰을 적용하는 것은 특혜”라면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사용 중인 고객들도 신규 서비스 제공기회를 부여받아야 하기에 우리도 LTE-TDD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 상무는 “최근 한국통신기술협회(TTA)에서 승인한 와이맥스 2.1 기술표준에 따르면 와이브로의 진화기술로 와이브로와 LTE-TDD를 병행할 수 있다”며 미래부에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최병택 통신서비스기반팀장은 “KT에서 기존 법체계에서도 기술방식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TTA에서 승인했다고 했는데 이를 승인할 때 와이브로라는 용어가 빠졌다”고 반박했다.

최준호 주파수정책과장도 “미할당 주파수인 2.5GHz와 (KT와 SK텔레콤에 할당된) 2.3GHz를 서로 다른 정책방향으로 가져가는 게 바르다고 본다”면서 “만약 기존 사업자가 2.3GHz를 TDD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싶다면 기존 와이브로 이용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얼마나 주파수가 필요한지를 포함해 검토한 뒤 제안하면 남은 걸 회수해서 전체적인 LTE-TDD 주파수 밴드플랜을 만들어 할당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T의 건의에 대해서는 다른 통신사들과 소비자단체도 반대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기존 와이브로 서비스를 유지토록 하는 정부 정책 방향에 동의한다”면서 “우리도 전국적으로 1조 원정도 투자했는데, 월 5000원에 30GB의 에그를 서비스하는 등 통신망 트래픽 분산 등에 있어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느 시기에 누가 어떤 상황에서 LTE-TDD를 하느냐는 정책적, 제도적, 기술적 차원에서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LTE-TDD 도입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니 LTE-TDD는 주파수 정책의 카테고리 안에서 보면서 향후에 가용 주파수를 모아 TDD를 어찌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도 “와이브로에 제한돼 있는 것을 LTE-TDD로 쓰는데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신규사업자 선정과 관련) 주파수 할당 부분이 언급돼 있지 않은데 이에 대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3GHz 사용에 있어 KT의 주장은 맞지 않다”며 “휴대인터넷이라는 제한된 정책으로 해 왔는데, 이제 와서 룰을 깨고 허용해 달라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사무총장도 “와이브로 가입자가 100만 명이고, 지하철 등에서 더 많은 사람이 와이브로망이 중계하는 와이파이를 쓴다”며 “통신요금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와이파이를 와이브로 정책 변화로 제한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미래부는 미할당된 주파수(2.5GHz)에는 기술선택권을 부여해 와이브로 방식으로 한국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도전하든, LTE-TDD방식으로 한국모바일인터넷컨소시엄(KMI)가 도전하든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주파수할당대가는 LTE-TDD로 할 경우 기존 이동통신서비스와의 공급 측면의 대체성, 수요측면의 대체성 등을 고려하기로 해 예전 와이브로보다 다소 올라갈 전망이다.

또한 국내 중소 와이브로 장비 업계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국가 재난망 등에 활용되도록 하고, 개발도상국 수출 등도 지원키로 했다.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그룹장은 “국방분야나 안행부의 재난안전망 등 특수목적망의 기술방식이 와이브로가 되면 이를 좋은 벤치마킹 포인트로 해서 공공의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재난안전망을 모토로라의 테트라 방식에서 와이브로로 바꾸는 문제는 현재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용어설명: LTE-TDD란 시분할 LTE로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LTE-FDD(주파수분할방식 LTE)와 90% 이상 비슷하다. 기존 LTE와 네트워크는 물론 단말기까지 함께 쓸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2.5GHz와 2.3GHz 주파수에서 서비스하고 있는데, 14개국 18개 사업자가 제공 중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에 의해 TD-LTE라고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