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구강 건강 위해선 맑은 침이 중요해

by이순용 기자
2025.02.21 09:03:11

김진성 경희대한방병원 위장소화내과 교수

[김진성 경희대한방병원 위장소화내과 교수] 구강 내 여러 질환은 타액(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맑은 침은 세균이나 이물질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자정작용을 하며 입 점막을 보호한다. 따라서 타액의 양이 줄어들거나 질이 나빠지면 병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구강질환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구강건조증(입마름), 구취(입냄새), 염증을 꼽을 수 있다.

유병률이 높은 질환은 구강작열감 증후군이다. 점막 이상 같은 뚜렷한 임상 소견이 없는 상태에서 혀 및 기타 구강 점막의 작열감이나 통증뿐만 아니라 구강 건조, 미각의 변화를 포함한

김진성 경희대한방병원 위장소화내과 교수
다양하고 중복된 불편감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구강 점막이 화끈거리고 아프다고 표현하며, 간혹 아리고 맵다는 환자도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4~5%에서 증상이 나타나는데, 환자의 대부분은 폐경기 이후의 중년여성이다.

통증은 주로 혀 부위에 나타나지만 잇몸, 입술, 뺨 안쪽 및 입천장에도 나타난다. 화끈, 따끔, 얼얼한 느낌이 지속되고 오전보다 오후에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금속이 접촉되었을 때처럼 신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입마름이 자주 느껴지기도 한다. 형태적으로 혀 표면이 갈라지거나, 혀 표면이 지도처럼 군데군데 무늬가 생기지만 이러한 변화가 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병을 유발하는 인자들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구강 내 타액 분비율이 저하된 경우도 있고, 혀를 비롯해 입안을 지배하는 신경계 말초신경의 변성 등으로 인해 해당 부위에 통증이 과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호르몬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 정신사회적 인자로 인해 불안하고 우울하고 암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구강작열감 증후군은 무엇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그에 따른 치료법을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50대 중반의 구강작열감 증후군 여성 환자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의 정도가 매우 심각했다. 하지만 통증 치료와 함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노력한 결과, 다행히 환자는 극단적인 심리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구강작열감 증후군은 치료에 대한 반응이 매우 더디고 오래 가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질환이 생기고 여러 해가 지난 후에 병원을 찾는다. 특히 한방 분야에서 구강병을 전문으로 보는 경우가 드물다.

한의학에서는 단순히 통증만 조절하는 단편적인 치료가 아닌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치료를 진행한다. 그 결과, 환자 10명 중 5~6명에게서 증상이 현저히 호전되는 예후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한약재와 침으로 화(열)의 기운을 조절하고 타액의 분비를 촉진시키며 구강 주위의 민감성을 줄이기 위해 미세 혈류량을 늘려준다. 정체된 기운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대영, 협거, 예풍 등의 혈자리를 주로 활용하고, 심신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귀비탕, 청심연자탕 등의 한약을 처방한다.

치료기간은 6주간 12회의 침치료 및 한약 복용을 기본으로 병의 경과를 살펴 예후를 판단하게 된다. 이외에도 호흡법과 기공 등을 통해 정신적인 과민 상태를 줄이고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며, 식이조절과 같은 생활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구강작열감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 속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녹황색 채소나 과일의 섭취량을 늘리고, 입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며, 구기자차와 같이 몸의 음액을 보충해주는 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