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공격하려 했는데"…이스라엘, 불똥 튄 난민촌 피해 인정
by이소현 기자
2023.12.29 16:08:31
"이스라엘 측 전쟁 중 과실 인정은 드문 일"
美 압박에 가자지구 저강도 공격 전환 움직임
이집트, 휴전 포함 3단계안 제시…"전쟁 종식"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스라엘군이 최근 가자지구 중부 알마가지 난민촌에 한 2차례 폭격으로 하마스와 무관한 민간인들이 피해를 봤다며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 28일(현지시간)이스라엘이 한 주택을 공격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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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이스라엘 폭격기가 하마스 조직원들이 있는 곳에 인접한 목표물 2개를 타격한 것과 관련,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성명에서 “폭격이 이뤄지는 동안 목표물 근처 다른 건물들에 타격이 가해져 민간인들에게 의도지 않은 피해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예비 조사 결과를 밝혔다.
IDF가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알마가지 난민촌은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1949년 조성된 곳으로 0.6㎢의 좁은 면적에 3만3000여명이 거주해 높은 인구 밀도를 보이는 곳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OHCHR)는 알마가지 난민촌 사망자를 86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어 IDF는 공격 전에 민간인 피해 완화 조처를 했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하마스와)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 가해진 피해를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이번 일로 교훈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IDF는 ‘전투 도중 일어난 예외적인 사건’을 조사하는 군대 내부의 특별 위원회가 이번 일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이번 전쟁에서 과실을 인정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NYT는 짚었다. 이는 이스라엘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가자지구 작전을 저강도 공격으로 전환하려는 가운데 벌어져 눈길을 끈다.
미국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세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자 군사 작전을 정밀 타격으로 전환하고 병력투입도 줄일 것을 이스라엘에 촉구해왔다.
이에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미국과 대규모 전투 단계에 이은 ‘안정화 단계’에 대한 준비를 협의하고, 이스라엘 내각에서도 전후 가자 통치 방식을 논의하려 하는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집트는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휴전으로 끝나는 3단계가 포함된 기본 제안을 제시했다고 확인하고 계획에 대한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디아 라쉬완 이집트 국가정보국 국장은 성명을 통해 이 제안과 관련 “팔레스타인 유혈 사태와 가자지구에 대한 침략을 멈추고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관련 당사자 간의 관점을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누적 사망자 수는 가자지구 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2만1320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IDF가 주요 난민촌이 있는 가자지구 중부까지 군사 작전을 확대하면서 이미 한차례 집을 떠나온 피란민과 주민 15만명이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에게 남쪽으로 더 내려가 데이르 알발라까지 가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