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낸연구진,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 유발하는 원인 밝혀내

by오희나 기자
2015.08.24 13:41:30

류왕식 교수팀, 종양분야 학술지 ''온코진''에 논문 게재
생존율 낮은 간암, 표적치료제 개발 기대

류왕식 연세대 교수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국내 연구진이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을 유발하는 원인을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은 24일 류왕식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와 이수영 연구원(박사 과정) 등 국내 연구진이 B형 간염 바이러스의 X 단백질(HBx)이 발암단백질(Myc)을 안정화시켜 간암을 일으키는 것을 발견해 새로운 간암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종양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Oncogene(온코진) 온라인 판 7월 13일자에 게재됐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만성 간염, 간 경변, 간암을 일으키는 임상적으로 매우 위험한 바이러스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3위인 간암 및 간질환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주된 원인인 ‘국민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간암 치료에는 간 절제술, 경동맥 색전술, 방사선 치료 등이 사용되고 있지만, 치료 후 5년 생존율이 약 20~30% 정도로 약 70%에 이르는 위암, 대장암에 비해 매우 낮으며, 아직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에 대한 효과적인 약물치료제는 개발된 바 없다.



암을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발암단백질인 Myc는 유전자 발현의 전사인자로 작용하는데 간 질환, 간암을 비롯한 다양한 발암 기전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B형 간염에 의한 간 질환에 있어 Myc 단백질의 역할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조절인자인 X 단백질(HBx)의 종양발생기전을 연구하던 중 X 단백질이 Myc 단백질과의 상호결합을 통해, Myc 단백질이 분해되는 유비퀴틴화를 저해함으로써 안정화를 유도하는 것을 관찰했다. Myc 단백질의 안정화는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형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는 B형 간염 바이러스의 X 단백질에 의한 Myc 단백질의 안정화가 간암 발생에 있어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유비퀴틴화(Ubiquitination)는 7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인 유비퀴틴이 다른 단백질과 결합해 분해를 촉진하는 현상이다.

또한 연구팀은 Myc 단백질과 X 단백질이 상호 결합하는 부위가 X 단백질 내의 4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부위인 것을 밝혀냈다.

지금까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의 발생기전을 분자수준에서 명확히 규명한 것이다. 더불어 Myc 단백질과 결합하는 부위가 X 단백질내의 4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 부위로 정의함으로써 이를 표적한 간암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 연구결과는 간암 세포 주 뿐 아니라 간암 환자 조직에서도 관찰돼 임상적으로 더욱 중요하다.

류왕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표적인 발암단백질인 Myc 단백질과 B형 간염 바이러스 단백질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명확하게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 시 Myc 단백질을 표적하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기에 이번 연구 성과가 더욱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B형 간염에 의한 간암 발생 기전. (왼쪽) 정상 세포에서 Myc 단백질은 유비퀴틴에 의해 표지되고, 단백질 분해 기작이 활성화돼 제거된다. (오른쪽)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Myc 단백질은 X 단백질(HBx)과 상호결합해 유비퀴틴화가 저해되고, 단백질 분해 작용을 회피하게 돼 안정화되고 축적된다. 안정화된 Myc 단백질에 의해 다양한 종양 인자의 전사가 촉진되고 간암 발생이 촉진된다.